업계 "특허 선진국 기업 소송 남발 우려"
정부 "미국식 디스커버리 아닌 독일식 전문가 사실조사제도…일정 요건 갖춰야 조사 가능해 남소 우려 낮아"
'K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엇갈린 전망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제도 도입을 통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경제적으로 특허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내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업계는 특허 선진국 기업이 특허권자에 유리한 디스커버리 제도를 악용해 한국 기업을 상대로 무더기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의 주장처럼 K 디스커버리 제도가 한국 실정에 맞지 않고 아직은 제도 도입이 시기상조일까?
특허청은 특허권 보호와 특허침해 분쟁 장기화를 막기 위한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이른바 'K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디스커버리는 미국 특허 분쟁 제도다. 소송 당사자가 소송 자료를 수집·보전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증거를 요청할 수 있다. 당사자 간 증거를 주고받다 보면 침해 여부가 명확해져 소송 이전 합의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소송 장기화로 인한 시간·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 업체는 이 제도가 소송 남발로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 우위를 앞세운 외국 기업이 특허권이 약한 한국 기업에 특허 소송을 남발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의 소부장 수준을 봤을 때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반도체 장비 시장 1~3위인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즈(5600여건)와 램리서치(2000여 건), 일본 도쿄 일렉트론(8700여 건)이 보유한 국내 특허 출원은 1만6300여 건으로 한국의 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 6곳의 특허를 모두 더 한 5400여 건의 3배에 달한다.
이에 대해 특허청은 K 디스커버리가 미국식 디스커버리가 아닌 독일식 전문가 사실조사제도라며 압수수색과 다르고 조사과정에서 피조사자의 영업비밀 보호 방안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한다. 전문가 사실조사는 당사자의 동의를 전제로 한 민사구제로서 법관이 정한 범위 내에서 중립적인 전문가가 조사한다는 것이다.
특히 출원량이 많은 외국기업이라도 △침해 가능성 △조사 필요성 △상대방의 부담 정도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만 전문가 사실조사가 가능해 실제 소송 남발 우려는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반도체산업협회 등을 중심으로 재계, 업종별 단체, 법조계, 소부장 기업 등과 폭넓은 소통을 통해 문제점을 최대한 보완할 것"이라며 "우리 기업 실정에 맞는 제도를 설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