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교수, 전 한국세무학회장
일각에서는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쌓아 놓고 투자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나온 올바르지 못한 말이다. 정부가 이런 관점에서 호응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실제 배당하지 않았는데도 배당한 것처럼 간주하여 기업의 유보소득에 대해 배당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사내유보금’ 혹은 ‘유보소득’ 용어는 회계학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세법에서도 예전에 폐지된 용어임에도 이번에 다시 나왔다. 한국회계기준원에서는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가 기업들이 금고에 쌓아두고 사용하지 않는 여유 재원으로 오해된다면서, 세금을 이미 납부한 후에 주주에 대한 배당을 유보하여 기업의 재투자 원천이 되는 자본이라는 의미에서 ‘세후 재투자 자본’이라는 대체용어를 제안한 바 있다. 결국 이번 ‘개인유사법인 간주배당세’는 ‘세후 재투자 자본’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있다.
개인유사법인이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8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법인을 말하고, 과세되는 간주배당세는 초과유보소득(유보소득-적정유보소득)에 보유지분 비율을 곱한 금액이다. 여기서 적정유보소득은 배당가능금액(유보소득+잉여금처분에 따른 배당 등)에 50%를 곱한 금액과 자본금에 10%를 곱한 금액 중 큰 금액을 말한다. 신설되는 간주배당세는 2021년 이후에 개시하는 사업연도분부터 적용하며, 매년 결산확정일을 기준으로 간주배당을 계산하여 법인세 신고기한 내에 개인주주로부터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간주배당소득은 향후 개인주주에게 실제로 배당할 때 또다시 배당소득으로 산입되지는 않는다.
정부는 이번 세제를 ‘개인사업자와 유사한 법인의 유보를 통한 소득세 회피 등 방지’를 위해 신설했다고 한다. 현행 법인세 세율이 소득세 세율보다 낮아서, 법인이 배당하지 않고 법인 내에 쌓아두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세금 납부를 유보하게 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유보소득’은 주주가 배당을 통해 법인으로부터 돈을 빼가지 않고 당해 법인의 재투자에 사용하는 ‘착한 돈’이다. 이 돈을 배당한 것처럼 간주하여 주주에게 배당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기업투자금을 회수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같다.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경제환경을 맞았는데 오히려 투자를 옥죄는 불합리한 세제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벤처)을 창업할 때는 소규모 투자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창업자가 자체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하다 보면, 공동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해 주식지분율이 80%가 넘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에 의하면 중소기업 중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8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경우가 49.3%에 달한다. 현행 상법에 의하면 ‘1인 주식회사’로 창업도 가능하다. 이런 법인기업이 배당하지 않고 재투자함으로써 나중에 성공해 규모를 늘려가며 성공기업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가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산업자금으로 이미 투자된 ‘세후 재투자 자본’인 유보소득에 간주배당세를 부과함으로써 사외 유출시키도록 유도하는 것이 국가경제에 더 유익하다고 볼 수는 없다. 외국에서도 비업무용 재산 등에 대한 제재는 있지만, 미배당분을 배당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부동산매매업 등 일부 업종은 조세 회피를 위해 악용하는 사례도 있겠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면 된다. 이번 ‘개인유사법인 간주배당세’는 기업의 벤처 창업 및 재투자를 옥죄는 세제라는 점에서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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