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페이스북 ‘리브라’ 계획 발표 이후 중앙은행의 CBDC 관심 높아져
BIS 등 7개 주요 중앙은행, CBDC 가이드라인 제시
중국 인민은행은 광둥성 선전시에서 인터넷 추첨으로 시민 5만 명을 선발해 1인당 200위안(약 3만4000원)씩 총 1000만 위안을 지급하기로 했다. 디지털 위안은 18일까지 선전시 뤄후구 내 3389개 상업시설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다. CBDC가 일반인에 공급되는 첫 사례인 만큼 실험 준비 단계부터 각국 중앙은행의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디지털 화폐 ‘리브라’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후 중앙은행들은 자체 CBDC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80%가 CBDC 발행 연구에 착수했고 그 중 절반은 시범 운영을 위한 연구를 마쳤다.
한국은행도 내년 한 해 동안 CBDC 시험 체계를 가동한다. CBDC 시험은 한은이 발행과 환수를 맡고 유통은 민간 기업이 담당하는 실제 현금 유통 방식으로 이뤄진다.
중앙은행들은 디지털 금융에 익숙한 민간 기업과 손잡기도 한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같이 디지털월렛이 일반화된 중국에서는 이미 중앙은행이 수년 전부터 민간 기업과 협력해 CBDC 실험을 준비해왔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컨설팅회사인 액센추어와 협력해 2017년 3월부터 ‘이크로나(e-Krona)’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이크로나가 다른 디지털 화폐와 달리 안정성이 보장돼 있다고 설명했다.
CBDC 운용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건 자금 세탁 등 불법 활동에 사용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CBDC 발행 논의가 활발해지자 주요국 중앙은행은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지침을 제시하고 나섰다. 9일 국제결제은행(BIS)과 미국 연방준비은행,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일본은행(BOJ), 스웨덴중앙은행, 캐나다중앙은행, 스위스중앙은행(SNB) 등 7개 중앙은행은 CBDC에 대한 주요 요구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CBDC의 발행과 운용에 대한 대략적인 틀을 만든 것이다.
보고서가 강조한 CBDC의 핵심 원칙은 세 가지다. 현금 및 기타 유형의 법정 화폐와 공존할 뿐 대체하지 않아야 하고, 통화 및 재정 안정성에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하며 혁신과 효율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 보고서는 “CBDC는 무료는 아니더라도 가능한 한 저렴하고 사용하기에 안전해야 하며 민간 경제에서 적절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이들이 중앙은행의 CBDC 발행을 평가한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CBDC의 기본 원칙과 핵심 기능을 설명하지만, 발행 여부에 대한 의견은 포함하지 않았다. 존 쿤리페 BOE 부총재 겸 실무그룹 공동의장은 “CBDC의 주요 기능을 식별하는 데 있어 진정한 진전”이라며 “이 보고서는 중앙은행이 공공 정책 목표를 달성하도록 지원할 뿐만 아니라 CBDC 운용의 틀을 제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