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 조건으로 일본제철 자산 매각 절차 중단 내걸어
한국정부 조건 수용할 가능성 낮아
한·중·일 3자 회담은 2008년 이후 매년 이어져 온 것으로, 북한 등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세 정상이 모이는 자리다. 올해는 한국이 3자 회담을 개최할 차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개최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한국 정부는 연내 서울에서 3자 회담을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소식통에 의하면 일본 정부는 이미 지난달 한국 정부에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이 없으면 회담 참석이 불가능하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3자 회담 참석을 위해 일본 정부가 내건 조건은 전범 기업 자산 매각 절차를 중단하는 것이다. 한국 법원이 압류한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자산이 현금화되지 않는다는 보증이 있어야 적절한 해결책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제철은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게 각각 1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후 법원이 자산 압류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은 중간에서 압류명령문을 전달하지 않는 등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12월 9일부터는 법원이 일본제철의 한국 합작법인 PNR의 주식에 대해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매각 명령 가능 시한이 다가오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본 정부가 정상회담을 문제 해결에 이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일본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제징용 배상에 관해 줄곧 “사법부의 판단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따라 양국 정부 관계자는 연내 정상회담 개최가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