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 일렉트릭은 2018년 4월 생산이 시작된 뒤 해외에서 2건, 국내에서 11건 등 알려진 것만 1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테슬라를 비롯한 다른 전기차들도 화재사고는 여러 건 일어났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유독 코나 일렉트릭에 화재가 집중되면서 차주들의 불안감이 높아졌다. 2018년 5월 첫 화재 발생 이후 지난해 8월까지 6건의 화재가 잇따르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제작결함 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화재원인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조사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코나 일렉트릭 리콜을 발표하며 “차량 충전 완료 후, 고전압 배터리의 배터리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되어 10월 16일부터 시정조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배터리셀 제조 불량’의 의미에 대해서는 “제조 공정상 품질 불량으로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에 있는 분리막이 손상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이 결함조사 과정에서 검토한 다양한 원인 중에서 유력하게 추정한 화재원인을 시정하기 위해 제작사에서 자발적으로 리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 발표의 요점은 “배터리셀 제조 불량이 유력한 화재원인으로 추정돼 리콜한다”로 정리된다. 이는 추정된다는 것이지 확정된 건 아니라는 뜻이다.
이에 LG화학은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으며, 배터리 불량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한 재연 실험에서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다. 분리막 손상으로 인한 배터리셀 불량이 (화재의)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이 제조 결함 가능성을 부인함에 따라, 정확한 화재원인을 둘러싼 양사의 공방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결함의 원인을 파악해 완벽히 시정할 때까지 코나 일렉트릭 차주들은 화재가 나거나 차가 폭발하지 않을지 불안감을 안고 차를 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애초에 결함이 생기지 않게 제품을 만들면 좋겠지만, 만약 제품에 결함이 발견됐다면 기업이 결함을 인정하고 수리·교환해주는 리콜은 소비자로서는 차선책으로 반길 만하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리콜을 적극 활용하는 곳들이 제법 있다.
그동안 품질 결함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진상을 밝히기보다 쉬쉬 하고 감추려 해온 현대차와는 사뭇 다르다. 현대차는 더뉴그랜저 초기 모델의 엔진 결함과 관련해서도 이번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게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동차의 품질 결함은 특히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로서는 정확한 정보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비자에게서 신뢰를 얻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는 투명하게 결함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수리 서비스에서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개별 시장이 얼마나 소비자 지향적으로 작동하는지 31개 주요 서비스 시장에 대해 평가한 결과에서 자동차 수리 서비스가 76.1점으로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국내 소비자가 소비자 보호를 외면하는 국산 자동차를 애국심으로 무조건 구입해줄 거라 믿는 건 오산이다. 소비자가 독점 시장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던 과거와 달리,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의 한국 진출로 이젠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졌다.
자동차 품질 결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소극적 대응은 더 큰 문제다. 이런 태도가 향후 우리나라 전기차 산업의 발전을 막고 정체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코나 일렉트릭의 정확한 화재원인을 밝혀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대표 자동차 회사와 정부가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진단과 대응방안을 내놓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