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투자액 기금 잔액 0.25% 수준 대비 일반적 투자 패턴 아냐
전 청와대 행정관 이 모 씨 비상임이사로 활동, 졸속 투자 의혹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30억 원의 사내근로복지기금(사내기금)을 통해 투자해 논란을 빚은 한국농어촌공사의 올해 사내기금 출연금이 13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어촌공사는 옵티머스 투자가 적정한 투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 해 출연금의 배가 넘는 금액을 손실 위험성이 큰 사모펀드에 몰아넣은 것은 비상식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농어촌공사가 올해 출연한 사내기금은 13억 원으로 2019년말 기준 기금 잔액은 250억 원이다. 사내기금 잔액의 10%가 넘는 비율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것이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옵티머스 펀드 투자액이 기금 잔액(4000억 원)의 0.25%에 해당하는 10억 원에 그쳤다. 이를 감안하면 농어촌공사의 투자가 일반적인 공공기관 기금 투자 패턴과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게다가 농어촌공사는 2017년과 2019년에는 사내기금을 출연하지 못했다. 2018년 21억 원, 올해 13억 원으로 4년간 평균 출연금은 8억5000만 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급여에 비유하면 평균 연봉의 4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원금 보장도 불확실한 사모펀드에 올인 한 상황”이라며 “사내기금 이사회 내부에서 정상적인 회의가 진행됐다면 있을 수 없는 투자 형태”라고 지적했다.
옵티머스 사기 사건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이 모 씨는 청와대에 입성하기 1년 전인 2018년 6월부터 1년 4개월 간 농어촌공사의 비상임이사로 일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농어촌공사가 이 모씨로부터 직간접적 영향을 받고 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졸속으로 투자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타 공공기관의 사내복지기금 부서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은 손실 책임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사내기금 대부분을 안전한 예금에 예치한다”며 “기금으로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원금 손실 방지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기관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농어촌공사는 사내기금에서 사용액 항목으로 매년 60억 원 정도가 쓰인다. 사용액에는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부사업비와 경조비와 위로금 등 무상지원을 포함하는 용도사업비가 포함된다. 사용액 부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부사업 자금이 제때 상환되지 않거나 지체될 경우, 작년처럼 한 해 출연금이 없을 경우 기금이 몇 년 안에 고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사내기금 중 원금비보장형에 들어가 있는 비율은 30%이고, 나머지 70%는 원금보장형에 들어가 있다”면서 “한전 같이 기금 규모가 큰 곳은 예금에만 넣어둬도 이자가 수 십 억이지만 농어촌공사처럼 기금 잔액이 적은 경우는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높게 준다고 하면 그쪽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