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이 SK그룹 본사 사옥 서린빌딩 인수의 우선협상자(우협)로 선정됐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린빌딩 매각자인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이날 오후 우협으로 이지스자산운용을 선정해 통보했다. 앞서 지난 6일에 진행된 본입찰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 인마크자산운용, LB자산운용 등 3개사가 경합을 벌였으며 이중 역대 오피스 매각 최고가액을 적어낸 이지스자산운용이 최종 우협에 선정됐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번 입찰에서 평당(3.3㎡) 가격으로 3950만 원~4000만 원 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상반기 역대 최고가액을 찍은 현대해상의 강남타워 매각가(평당 3380만 원)를 훨씬 웃도는 가격이다. 해당 건물의 연 면적이 약 2만5350평임을 감안하면 인수 총액은 1조 원이 훌쩍 넘는다.
다만 이지스자산운용이 우협으로 선정됐다고 해서 바로 SK서린빌딩의 새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SK그룹이 보유한 콜옵션(우선매수권) 때문이다. SK그룹이 콜옵션을 행사할 지는 미지수다. 당초 시장에서는 SK그룹이 콜옵션 행사를 통해 20년째 본사 사옥으로 활용 중인 서린빌딩을 되사들일 가능성에 주목했으나 이번 우협 선정 과정에서 역대 최고 매각가가 나오면서 업계 관측은 엇갈리고 있다. 역대 최고 매각가에 사옥을 사들이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SK그룹은 2005년 SK인천석유화학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린빌딩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에 매각해 다시 임차하는 '세일앤리스백'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SK 측은 건물에 대한 콜옵션을 확보했다. 이후 BoA가 2011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에 빌딩을 매각하면서 건물 주인은 바뀌었지만, SK그룹이 확보한 콜옵션은 그대로 유지됐다. 현재 서린빌딩은 하나대체운용이 설정한 사모펀드 '하나랜드칩사모투자신탁 33호'가 소유하고 있으며, 이 사모펀드의 수익권자는 SK그룹 계열사와 국민연금으로 각각 65.2%와 34.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SK그룹이 가지고 있는 콜옵션 관련 세부 내용은 알려진 바 없지만, 통상 콜옵션 행사 기한은 한 달 정도다. 이 기한 내에 SK그룹은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