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 트럼프·경합주 접점·막판 네거티브 등 변수
2016년 대선 결과는 그야말로 ‘대이변’이었다. 선거 당일 아침까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를 꺾고 백악관에 입성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경쟁자였던 힐러리는 당내 경선에서 16명의 경쟁자를 꺾은 것은 물론 퍼스트레이디와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역임하면서 ‘가장 잘 준비된 후보’로 불리기까지 했다. 최종 예측 조사에서도 힐러리의 당선 가능성은 80%를 웃돌았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10%대에 그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기적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었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설의 투수 요기 베라의 명언이 부쩍 자주 회자되고 있다. 지지율에서 고전하던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뒤늦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바짝 추격하면서 2016년의 대이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바이든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는 물론, 우편투표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전투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든은 NBC방송과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11%포인트 앞섰다. 바이든은 이번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을 10%포인트가량 웃돌고 있다. 플로리다대학이 운영하는 ‘미국선거 프로젝트’는 “최근까지 진행된 우편투표 1060만 표 중 민주당 지지자들이 약 절반인 580만 표를 행사했다”고 밝혔다.
통상 이 정도의 지지율 차이라면 바이든에게 대세가 기운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대선은 2주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바이든 진영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의 젠 오말리 딜런 선거대책본부장은 최근 지지자들에게 “가장 가혹한 진실은 여전히 트럼프가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2016년 대선 트라우마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여론조사에서는 앞섰지만, 정작 대선에서 트럼프에 패했다. 이번만큼은 그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측이 방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샤이 트럼프’의 영향력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여론조사에서는 침묵하는 숨은 지지층이 이번 대선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가 가장 큰 변수다. 샤이 트럼프는 4년 전 대선에서 대역전극을 연출한 주역이었다. 지난 대선 때 저학력 블루칼라 백인 유권자들은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선거에서 몰표를 던졌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들이 트럼프에게 ‘깜짝 승리’를 안겨 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현재까지도 이들의 존재는 비교적 선명하다. 지난달 몬머스대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5%가 “내가 사는 지역에는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유권자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지지층이 바이든 측보다 더 견고한 데다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6개 경합주에서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도 트럼프의 ‘막판 뒤집기’ 가능성을 높인다. 2016년 대선 때도 클린턴은 10월 중반 이들 경합주에서 트럼프를 5.4%포인트 차로 앞섰지만, 본선에서는 모두 내줬다. 정치 전문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2~15일 각종 여론조사를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은 이들 6개 경합주에서 트럼프보다 4.5%포인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리 크지 않은 격차다.
이밖에 선거전 막판 네거티브 악재 또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캠프 측은 최근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의혹을 고리로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에도 플로리다주 오칼라 유세에서도 “조 바이든은 부패한 정치인이고 그의 가족은 범죄기업”이라며 차남의 의혹을 부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