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 9월 올해 최대 월 판매량 기록…현지 맞춤형 차종ㆍ비대면 마케팅 한 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 판매에 고전한 현대ㆍ기아자동차가 반등의 궤도에 올라섰다. 양사 해외 생산법인의 9월 판매량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다. 예상보다 빨리 판매 반등을 이뤄내며 실적 회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9일 현대차가 발표한 ‘해외공장별 판매실적’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의 해외 생산 공장은 지난달 총 22만5798대를 판매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4월(5만8924대)과 비교하면 4배 가까운 수치다. 올해 들어 기록한 월 판매량 중 최대치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미국ㆍ인도ㆍ터키ㆍ중국ㆍ체코ㆍ러시아ㆍ브라질ㆍ베트남 등의 생산 공장을 해외에서 가동 중이다. 이곳에서 생산한 물량은 현지를 비롯해 인근 국가 판매망에 넘겨진다.
기아차의 5개 해외 생산법인(미국ㆍ중국ㆍ슬로바키아ㆍ멕시코ㆍ인도) 역시 지난달 11만9059대를 판매하며 올해 최대 월 판매 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해 9월(11만82대)과 맞먹는 판매량이다.
분기별로 살펴봐도 반등세가 확인된다. 양사의 해외 생산법인은 3분기에 58만6834대, 29만7962대를 판매했다. 2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79%, 63%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 미국 생산법인(HMMA)의 3분기 판매량은 7만6825대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1분기(7만4188대) 실적을 뛰어넘었다.
인도 법인(HMI)도 7~9월에 15만3822대를 팔았다. 2분기(4만744대)의 4배 가까운 수치다. 인도 정부가 내린 전국적인 봉쇄령으로 현대ㆍ기아차가 4월 한 달간 공장 가동, 판매 활동을 일절 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빠른 회복세다.
브라질(HMB)과 체코(HMMC) 법인도 3분기 판매가 전 분기 대비 각각 155%, 61% 늘었다. 기아차 역시 미국(KMMG)ㆍ인도(KMI) 등의 생산법인에서 1분기 수준 판매량을 회복했다.
현대ㆍ기아차는 현지 소비자가 선호하는 신차 출시, 비대면 서비스 수요에 발맞춘 온라인 판매 도입 등에 힘입어 실적 반등을 이뤄낸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차는 미국에서 정통 SUV 이미지를 앞세운 ‘텔루라이드’로, 인도에서는 첨단 기술과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갖춘 소형 SUV ‘쏘넷’을 선보여 현지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코로나19와 일상의 조화를 뜻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에 대비한 점도 한몫했다.
현대차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하반기부터 인도와 미국에서 ‘클릭 투 바이(Click to Buy)’라는 온라인 판매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기아차도 인도와 러시아에서 유사한 판매 시스템을 갖췄고, 제조사가 차를 직접 판매할 수 없는 미국에서는 딜러를 통해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구축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 플랫폼을 인도에 전면 도입한 지 약 2개월 만에 70만 명 넘는 방문자가 다녀갔고, 1만5000건 이상의 계약이 성사됐다. 소비자의 안전한 구매 환경을 보장한 점이 판매 증가로 이어진 셈이다.
제네시스 신차와 전용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 출시가 예정된 만큼, 양사의 향후 실적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김동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신차 효과의 본격화, 내년 제네시스 판매 증가를 통한 수익성 개선, EV 시장 점유율 상승을 통한 성장성 확보, FCEV(수소연료전지차) 시장 내 선도적 지위 부각 등 성장 요인들이 차례로 발현되며 실적 개선 구간 확장이 전망된다”라고 밝혔다.
한편, 양사를 포함한 자동차 업계는 지난달 국내에서도 생산, 내수, 수출 분야에서 ‘트리플 증가’를 달성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자동차 산업 월간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전년보다 14% 많은 19만3081대로 집계됐다. 자동차 수출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세로 전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생산과 내수 역시 각각 23%, 22%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