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는 육류 사용해서 버거” VS “베지버거, 이미 소비자에 익숙”
대두 등 식물성 단백질을 사용한 ‘베지 버거’의 명칭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실제 고기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에 ‘버거’ 명칭을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21일 버거, 스테이크 등 특정 명칭을 육류를 포함한 제품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식품 라벨 규정 개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의 공동 농업정책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이번 개정안은 의회를 통과한 후 유럽의회와 EU 정부 간의 합의를 거쳐 법제화된다. 만약 법안이 발효되면 EU 역내에서는 동물의 고기로 만들어진 제품에만 버거, 스테이크, 소시지 등의 용어를 붙일 수 있게 된다.
유럽 의회 표결을 앞두고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축산 및 육류 업계는 식물고기가 이러한 명칭을 사용하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EU농업협동조합협회는 “(육류 제품의 명칭을) 보호하지 않으면 소비자를 혼동시킬 수 있으며, 오랜 기간 축산업계와 육류가공업체들이 쌓아 온 성과를 빼앗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포르투갈의 양돈농가에서 곡물과 채소를 함께 생산하는 한 업자는 “식물고기가 뭐냐”며 “(식물성 제품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전혀 별개다. 버거는 육류를 사용하기 때문에 버거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정안에 반대하는 측들은 오히려 라벨 표시를 변경하는 것이 되레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반박했다. 스웨덴의 한 유럽의회 의원은 “‘베지버거’ 등의 호칭은 오랜 기간 사용돼왔으며 소비자들에게 이미 익숙하다”며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며, 육류 소비 또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반대파들은 이 법안이 소비자들에게 더 친환경적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제품을 사용하도록 돕는 EU의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란은 생김새는 물론, 맛과 식감이 진짜 고기에 가까운 식물성 대체육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생겨났다. 특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정육 가공업체에는 타격을 줬지만, 식물성 대체육 시장에는 순풍으로 작용했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유럽에서의 식물성 대체육 매출은 지난 5년 동안 73%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