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별 초임제 대신 '누적식 개별연봉제' 도입…'성과주의'가 핵심
롯데쇼핑이 직원 연봉 제도 개편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환경 악화 속에서 롯데쇼핑이 '성과주의'에 입각한 체질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부문은 이달 초부터 연봉제도 개편 관련 직원 동의 절차를 진행해 왔으며 변경안은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 통과됐다.
현행 '직급별 초임제'에서 '누적식 개별연봉제도'로의 변화가 연봉제 개편의 핵심이다. 기존 직급별 초임제도에서는 승진시 직급별 동일 기본급이 지급됐는데, 이번 변경안 통과에 따라 승진시 기본급과 업적가급은 개인별로 다르게 책정된다. 업적가급은 전년도 근무 성과에 따라 개인별로 차등 지급되는 금품을 뜻한다.
또한 기존에 비(非)누적식으로 지급됐던 업적가급은 누적식으로 지급된다. 한마디로 롯데쇼핑 내에서 성과 있는 곳에 보상해주는 '연봉의 성과주의'가 공식화한 셈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변경된 연봉제는 내년 2월부터 적용된다"며 "경쟁 유통사의 경우 누적식 연봉제가 이미 실시된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임금 구성 항목과 연봉등급별 인원 비율도 조정된다. 우선 명절상여 규모는 상여기초 150%에서 100%로 줄인다. 다만 상여기초 기준은 모든 사원에 대해 '기본급+직책수당'으로 변경, 기본급에 차등을 두는 만큼 상여에서도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기조를 확립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봉등급별 인원 비율의 경우 5단계 고과 평가에서 상위 고과자 비율을 줄이고 평균 비중을 늘렸다. 이에 따라 회사 내부에서는 "저성과자 급여를 줄여 고성과자에게 몰아주겠다는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직책 수당 기준은 세분화된다. 점장과 부문장(차부장급 기준)이 일괄적으로 수령했던 200만 원의 직책 수당은 차부장급 200만 원/과장급 160만 원으로 차등 지급된다. 또한 차부장급 직책자가 수령했던 100만 원의 수당 역시 팀장 직책자에 대해 차부장급 100만 원/과장급 80만 원으로 구분 지급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롯데쇼핑이 최근 복지 축소를 골자로 한 복지 제도 개편을 실시한 데 이어 연봉제도까지 개편, 대대적인 체질 개선 작업에 나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들어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변화의 기운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롯데그룹은 '2인자'였던 황각규 부회장이 정기 인사철이 아닌 지난 8월 전격 퇴진하면서 인적쇄신과 동시에 사업재편에 나서고 있다. 특히 롯데쇼핑은 이달 14일 보스턴컨설팅 출신으로 제약회사 ‘동아ST’ 경영기획실장을 지낸 70년대생 정경운(48)씨를 기획전략본부장에 임명했다. 백화점ㆍ마트ㆍ슈퍼 등 전 사업부 전략을 수립하는 이 자리에 롯데그룹이 '공채'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이는 롯데의 실적 부진과도 연관이 있다. 올 2분기 롯데의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이 각각 98.5%와 90.5% 추락해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일각에서는 연말 파격 인사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의 후임으로 이동우 대표를 선임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등 3인체제를 갖춘 롯데그룹은 올해도 예년보다 정기 임원인사를 한달여 이상 앞당길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에 머무르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두 달 만에 지난 주말 귀국하면서 다음달 중으로 예상되는 임원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롯데는 지난해에도 예년의 12월 인사를 앞당겨 11월에 180여명의 임원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