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자본이 탄소배출 문제와 비경제성을 이유로 빠르게 석탄발전 산업에서 빠져나오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시장 흐름을 쫓아오지 못하고 역행 중이다. 특히, 국내 공적금융기관인 경우, 최근 3년 간 석탄 투자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선 정부를 향해 사회책임투자를 말로만 강조할 게 아니라 유관기관과 행동으로 보여주라고 지적했다.
21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한국 금융기관의 석탄투자 현황’에 대해 공동 조사한 결과, 2009~2020년 6월 사이 한국의 162개 금융기관이 국내외 석탄발전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총 6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적금융기관 중심으로 투자규모가 증가했다. 해외 석탄발전 사업 투자 금액 10조7000억 원 중 92%는 공적금융기관이 지원했다. 이 기간 국내 공적금융기관 73곳이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 금융 지원을 했거나 비용 집행을 앞둔 금융 규모는 13조 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3년간 투자 규모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다.
주무부처별 해외 석탄투자 규모를 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각각 4조8585억 원(수출입은행), 4조 6680억 원(무역보험공사)으로 가장 컸다. 금융위원회는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대출약정액 4800억 원을 포함해 6950억 원(한국산업은행)으로 뒤를 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목표수립이 글로벌 트렌드가 된 현 시점에서 석탄발전소의 좌초자산화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산하 금융기관이 석탄발전사업에 10조 원에 달하는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경제 주무부처가 우리 금융기관의 안정성과 국가경쟁력에 대한 제대로 된 청사진을 갖고 있는건가라는 의구심을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 세계는 ‘탄소 제로' 경제 체제로 탈바꿈에 나서고 있다. 석탄발전은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가 없는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각국 정부와 기관투자자들이 석탄 사업에서 빠르게 자본을 빼는 이유다.
폴란드의 경우 1GW급 석탄발전소 건립 계획을 추진하다가 투자자 유치 실패로 올해 2월 영구 중단했다. 네덜란드도 2015년 이후 건설된 3개 발전소를 40억 유로의 손실을 감수하고 2029년까지 폐쇄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기후리스크는 투자리스크’이므로 더 이상 화석연료 사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 전망치(BAU) 대비 37% 줄이겠다(해외 감축량 포함)고 하지만 오히려 해외에서 신규로 석탄발전소를 건설하며 배출을 늘리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감축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에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며 탈석탄 로드맵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