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오이드로 인해 1999년 이후 지금까지 최소 45만명 사망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이날 퍼듀제약이 오피오이드의 일종인 ‘옥시콘틴’ 마케팅과 관련해 3개 중범죄 혐의를 시인하고 총 83억4000만 달러(약 9조4500억 원)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퍼듀제약은 형사 벌금 35억4000만 달러와 민사 벌금 28억 달러를 각각 낸다. 20억 달러 상당의 자산은 몰수된다. 퍼듀제약 오너인 새클러 가문도 이와 별도로 법무부와 민사 합의를 위해 2억2500만 달러를 내기로 했다. 그러나 퍼듀제약 임원과 새클러 가문에 대한 형사 재판 심리는 계속된다.
WSJ는 퍼듀가 내기로 한 막대한 벌금이 대체로 상징적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퍼듀는 오피오이드 사태를 촉발한 혐의로 주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피해자 등으로부터 수천 건의 소송에 직면한 끝에 지난해 파산했다. 이에 퍼듀의 현재 자산은 80억 달러가 채 안 된다. 벌금 중 2억25000만 달러는 연방정부가 가져간다. 그러나 나머지 벌금 대부분은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사망한 희생자 유가족과 퍼듀를 고발한 지방자치단체 등에 더 많은 돈이 들어갈 수 있도록 부과가 유예될 것으로 보인다.
오피오이드는 마약성 진통제로 암 말기 환자 등 아주 극단적인 경우에만 매우 조심스럽게 처방돼야 하는 약품이다. 그러나 퍼듀 등 제약사들은 1990년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의사들이 손쉽게 오피오이드를 처방하도록 했다. 그 결과 미국 역사상 최악의 공중보건 혼란이 벌어졌다. WSJ는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미국에서 1999년 이후 지금까지 최소 45만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오피오이드 사태에 강력 대응하기 위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퍼듀는 1996년 오피오이드 계열의 ‘옥시콘틴’을 출시하면서 이 약품의 진통 효과가 12시간 동안 지속된다고 강조하는 등 활발한 마케팅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