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인터뷰] “‘세상에 없던 폰’ 만들기…첫 샘플 받고 자신감 생겼죠”

입력 2020-10-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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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MC본부 기구개발자 이승현 선임 인터뷰

▲LG 윙 개발에 참여한 LG전자 MC사업본부 기구개발자 이승현 선임이 'LG 윙'을 들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올해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은 한 마디로 ‘이형(異形) 스마트폰 대전’이었다. 클램셸·이중 스크린·폴더블 등 기존의 바(Bar) 타입에서 벗어난 새로운 폼팩터(기기 형태) 제품들이 연달아 소비자를 유혹했다.

이달 초 출시된 LG 윙은 이형 폼팩터 중에서도 조금은 더 낯선 모양새로 출시 이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6.8인치의 메인 스크린을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숨어 있던 3.9인치 세컨드 스크린이 드러난다. 스크린을 돌리면 완성되는 ‘T’자 모양이 2000년대 중반 인기 휴대폰 기종인 ‘가로본능’과 비슷하다고 해서 ‘가로본능폰’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그러나 모든 새로움엔 양면이 존재한다. 메인 디스플레이를 돌리며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참신함 뒤엔, 디스플레이 개수가 두 배가 된 만큼 무거울 것 같다는 걱정도 따라붙었다. LG 윙 개발진 역시 1년 반에 가까운 개발 과정 동안 이러한 우려를 해결하는 데 최우선으로 집중했다.

“가벼워야 산다”…경량화 위한 소재ㆍ기술 총집합

▲LG전자 전략 스마트폰 'LG 윙' 제품사진. (사진제공=LG전자)

‘LG 윙’ 기구개발에 참여한 LG전자 MC사업본부 이승현 선임은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스위블 모드와 이중 스크린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개발 목표가 있었던 만큼, 개발진 모두에게 무게를 줄이는 것은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였다”라고 회고했다.

특히 이미 정해진 스펙 안에서 Q(품질), C(단가), D(납기)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기구개발자 입장에선 기발한 디자인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두 개의 디스플레이를 갖추면서도 사용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가벼워야 했고, 메인 디스플레이를 연거푸 돌려도 내구성에 문제가 없을 만큼 튼튼해야 했다. 이 선임은 이 지점 때문에 개발 초기 우려가 컸지만, ‘첫 샘플’을 받아보고 걱정을 조금 내려놓았다고 했다.

“이전까지는 걱정이 많았지만, 개발 초기 첫 샘플을 받아 동작성과 사용성을 검토했을 때 ‘아, 쉽지는 않겠지만 못할 것도 아니다.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가 LG 윙을 개발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기도 해요.”

이 선임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고민을 넘자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다양한 소재와 여러 기법을 비교했다.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통해 복합 경량 소재인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을 택하면서 무게 감량과 강성 확보에 성공할 수 있었다.

초경량 노트북인 ‘LG 그램’이 가진 경량화 비결도 적용했다. 제품 외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에 구멍을 내 전체 무게를 줄이는 ‘타공 기법’이 그것이다. 개발 초반 310g을 넘었던 윙의 무게는 최종적으로 260g으로 줄었다. 이는 국내 출시된 이형 스마트폰 중에선 가장 가벼운 수준이다. 말 그대로 ‘뼈를 깎는 노력’ 끝에 만들어낸 무게인 셈이다.

20만 번 넘는 스위블 테스트…“가볍고 얇다는 평가에 보람 느껴”

▲LG전자가 현지시간 15일 전략 스마트폰 ‘LG 윙(LG WING)’을 미국 시장에 본격 출시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에서 모델이 LG 윙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윙 개발 당시 개발진이 중점적으로 고려한 또 다른 지점으로는 ‘부드러운 회전력’을 꼽았다. 이는 LG전자가 윙을 위해 자체 개발한 모바일용 초소형 힌지(경첩)에 녹아들어 간 부분이다.

이 선임은 “어떻게 하면 자연스러우면서 부드럽게 회전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며 “시장에서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제품이다 보니, 소비자가 처음 접했을 때 이질감이나 불편함이 최소화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윙에 들어간 회전 힌지에는 스마트폰 최초로 유압식 댐퍼(damper)와 이중 스프링이 적용됐다. 이중 스프링은 디스플레이를 돌릴 때 가해지는 힘을 두 개로 분산해 내구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고, 유압식 댐퍼는 충격을 완화해 사용자가 디스플레이를 돌릴 때 부드럽게 느껴질 수 있도록 한다.

다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결합 응력 테스트, 잔 충격 테스트, 터치 센서와 키 프레스 테스트 등 다양한 산을 넘어야 했다. 특히 윙 핵심인 스위블 모드 테스트는 20만 번이 넘게 진행됐다. 이 선임은 “테스트를 진행해 나가는 매 순간 극도의 긴장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만큼 목표했던 지점에 도달하면 성취감도 컸다.

그 결과 생경한 디자인에 낯설다는 반응을 보였던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도 출시 이후 “생각보다 얇고 가볍다”, “영상 감상에 아주 유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15일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등 글로벌 소비자들도 차례로 윙을 만나게 될 예정이다.

이 선임은 “아무래도 대중화된 일반 제품과 다른 디자인의 스마트폰이다 보니 출시 이전에는 좋지 않은 의견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제품을 직접 경험해본 소비자들이 애초 제기됐던 우려와 다르게 LG 윙에 대해 ‘가볍고 얇다’라는 평가를 해주셨을 때 일한 보람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기구개발 10년…“다양한 업무 경험 원한다면 추천”

이 선임은 LG전자에 2011년 입사해 스마트폰 기구개발 직무에 10년 가까이 몸담아왔다.

기구개발진들은 모델이 기획되는 단계부터 참여해 최종적으로 고객이 만족할 만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양산 업무까지 관여한다. 디자이너가 만든 외관을 토대로 내부에 부품이 적절히 배치될 수 있도록 구조를 잡고, 샘플이 나오면 기능이 제대로 만족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고친다.

그는 “처음엔 전공이 기계공학이라 자연스럽게 기구개발 직무를 맡게 됐다”면서도 “일을 진행해나가는 과정에서 단숨에 몰입해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직무 특성이 적성에 잘 맞는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기구개발 직무에 대해 ‘남자들만의 리그’라는 통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전공 특성상 일하는 인원 내 성비 불균형이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선임은 여성 후배 개발자들에게 기구개발 직무를 추천했다.

그는 “동료들과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으로 나눠 생각해야 할 일이 크게 없었다”며 “성별로 업무 적합도를 따지기보다 모두가 함께 생활하는 일원이라고 생각해 여태까지 큰 애로사항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구 개발직이 막연하게 힘든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생각보다 섬세함을 요구하는 업무도 많다”며 “상품기획부터 양산까지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면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분들께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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