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하늘길에서 내려온 파일럿, 도로를 달리다

입력 2020-11-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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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이직 준비하거나 아르바이트 전전하는 항공 종사자들 늘어

▲코로나19로 항공사들이 비행기도 제대로 띄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항공 종사자들이 업계를 떠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대형항공사 기장 김씨(40대)는 최근 휴직 기간 대형버스 면허를 땄다. 항공사에 영영 되돌아가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주위에서는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안심시켜주지만, 상황을 보면 설마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고 있다.

항공 종사자들이 벼랑 끝에 몰려있다. 국내 최대항공사인 대한항공이 기내승무원 무급휴직을 시작한 지 만 4개월이 가까워져 오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업황이 언제 되살아날지 불투명해지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이직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항공업이 회복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일부는 직장을 떠나고 있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일본 불매 운동, 코로나19 등 연이은 악재로 항공업계를 떠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항공ㆍ공항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항공운송업 상용근로자는 2만2675명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월(3만3140명)과 비교했을 때 32% 줄었다.

항공 종사자 수는 앞으로 더욱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제주항공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이스타항공의 직원 615명은 지난달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순환 휴직 중인 다른 항공사들의 직원도 생계를 위해 업계를 떠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유튜브에는 승무원 퇴사 브이로그 영상이 증가하고 있다.

대형항공사에 근무 중인 20대 승무원 A씨는 “아직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았지만, 이직을 위해 독서실에 다니고 있다”며 “항공사에 입사할 때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지금은 다른 직장으로 옮겨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공사에 대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이 끝나면서 퇴사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원이 종료되면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일부 항공사들은 무급 휴직을 시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까지 항공사들에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휴직 휴업수당의 60~75%를 지원했다. 하지만 추가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은 기존 1년에 180일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는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지원금을 지난달을 포함해 240일 받았다. 이달부터 급여통장에 더는 이체되는 돈이 없으니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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