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작성 가능성 적어…6년 전 쓰러져 의식 없어
유지ㆍ유언 형태로 고인 뜻 전했을 듯
이 부회장에 지분 상속…두 딸은 부동산·예금 등 현금성 자산 상속 전망
지난 25일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언장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의 유언에 따라 재산 상속 내용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 회장의 유언장 유무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재계는 대체로 이 회장이 유언장을 따로 작성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6년 넘게 병상에 머물면서 유언을 남기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진 이후 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유언장이 존재한다면 이 회장이 쓰러지기 전에 미리 작성했었다는 얘기가 된다. 다만, 이 경우는 대내용으로 대외용 유언장은 따로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명인사들은 대내용과 대외용 두 가지 버전으로 유언장을 준비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내용에는 유산 상속 방향 등이 구체적으로 담기고, 대외용에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내용 유언장이 작성됐더라도 업데이트는 6년 전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기 유언장을 만들고 재산 변동에 따라 주기적으로 내용을 업데이트하는데, 이 회장이 쓰러진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 회장이 유언장과 같은 문서 대신 ‘유지’나 ‘유언’ 형태로 본인의 생각을 밝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선대 회장도 유언장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남긴 회고록에 따르면 이병철 회장은 폐암 수술차 일본으로 출국하기 하루 전날 밤 가족회의에서 이건희 회장의 후계를 처음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맹희 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상속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 재판에서도 양쪽 모두 “유언장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이 뚜렷한 유언장을 남기지 않았더라도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이재용 부회장이 이 회장의 지분 상당수를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오래전부터 이 부회장을 염두에 두고 승계 절차를 진행해 왔다. 공정위도 이미 이 부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상황이다.
또 이 부회장 스스로 후계 문제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그는 올해 5월 대국민 사과에서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제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의 지분을 받아 삼성을 이끌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부동산과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을 다수 상속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편, 최근 떠돌던 이건희 회장의 생전 마지막 편지로 알려진 글은 가짜로 파악됐다. 해당 글은 1년 전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던 ‘어느 날 부자가 남기고 떠난 편지’를 짜깁기한 것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글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