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법ㆍ특경법ㆍ형법 조항 위헌 소지" 주장…헌재 심리 진행
횡령·배임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중근(79) 부영그룹 회장이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27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이 회장은 지난달 15일 헌재에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대법원 확정판결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13일 전원재판부에 이를 회부하고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갔다.
이 회장은 4300억 원에 달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 회장의 횡령ㆍ배임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과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부영 계열사인 주식회사 동광주택 자금 약 246억8000만 원을 임의로 인출해 개인 서적 발간 자금으로 사용하고, 부영 자금으로 이모 전 사장의 벌금 100억 원을 내준 혐의 등을 유죄로 봤다.
2심은 1심이 유죄로 판단한 일부 혐의를 무죄로 뒤집고 형량을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1억 원으로 낮췄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부영그룹의 사실상 1인 주주이자 최대주주인 동시에 기업 회장으로 자신의 절대적인 권리를 이용, 임직원과 공모해 계열사 자금을 다양한 방법으로 횡령하고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이 회장은 헌재에 대법원 판결이 위법하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사실상 부영그룹의 1인 주주인 이 회장이 경영상 판단에 따라 회삿돈을 사용한 것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이 회장은 친인척과 부영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는 사실상 1인 주주”라며 “1인 회사는 피해자가 형식적으로는 회사이지만 실질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자신이기 때문에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은 1970년대 후반부터 판례를 변경해서 법인과 주주를 분리해 1인 주주가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그것이 업무상 배임이라고 확립했다”며 “외국 입법례에서 이 같은 상황은 처벌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라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1인 회사의 경영자가 비용을 사용하는 행위는 경영 판단에 따른 비용 지출인데 이를 업무상 배임죄로 포섭해서 처벌할 수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서울고법이나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대법원 확정판결의 취소를 구하면서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3조 1항, 형법 356조 등도 청구 대상에 포함했다. 헌재법 68조 1항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재판 취소를 구하기 위해선 해당 조항에 대해서도 위헌 판단을 받아야한다.
이 변호사는 “헌재에서 이 회장에 대한 헌법소원을 각하하지 않고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본격적으로 심리하고 있다”며 “1인 회사의 1인 주주 행위를 업무상 배임죄로 일률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가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해 보려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헌재는 2018년 8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낸 헌재법 68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이번 사건에서 다뤄진 법률 조항은 위헌 부분이 제거돼 이미 그 내용이 축소됐으므로 달리 판단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헌재는 2016년 4월 28일 헌재법 68조 1항의 의미를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하지 않은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위헌 결정이 나온 법령을 그대로 적용한 법원의 판결은 헌법소원 대상이 되지만 나머지는 헌법소원 대상이 안 된다는 판단을 당시에 이미 내렸던 만큼 더는 문제 될 게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