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혁신할 것인가?: 경영방식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
우리나라의 기술혁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경영혁신은 인사관리를 중심으로 심각하게 낙후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8일 발표한 ‘무엇을 혁신할 것인가?: 경영방식의 현황과 시사점(정성훈 연구위원)’ 보고서에서 “통상적으로 혁신이라고 하면 연구개발(R&D) 투자와 특허출원 등 기술적인 측면(기술혁신)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혁신적인 국가 중 하나”라며 “(다만)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기술혁신은 혁신의 정체 개념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오슬로 매뉴얼이 분류한 혁신의 4가지 형태(제품·공정·마케팅·조직) 중 경영혁신에 해당하는 마케팅·조직혁신에 집중했다. 경영혁신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선 국내 주요 제조업종 내 1000여 개 사업체를 선정했다. 이들 사업체를 대상으로 ‘제품 생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취한 조치’, ‘관리자·비관리자가 승진한 방식’ 등 18개 문항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답변을 점수화(0~1점)했다. 가령 승진 방식과 관련해선 ‘오직 성과와 능력’에는 1점을, ‘보통 승진하지 않음’에는 0점을 주고, 모든 문항의 평균값을 구했다.
그 결과, 2017년 기준 경영방식 수준은 평균 0.549점이었다. 특히 경영방식 중 인사관리 평균은 0.366점으로 생산관리 평균(0.625)보다 0.259점 낮았다. 생산관리에 비해 인사관리 수준이 낙후돼 있음을 의미한다. 2014년과 비교하면 생산관리 수준은 큰 폭으로 개선됐지만, 인사관리 수준은 정체됐다. 이는 미국의 상황과 대비된다. 미국은 생산관리 평균이 0.643점, 인사관리 분야는 0.583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낮은 경영방식 수준은 생산성 하락으로 연결된다. 생산성을 종속변수로, 경영방식 수준을 독립변수로 설정한 단순회기분석 결과, 경영방식 수준이 0.01점 오를 때마다 생산성(종사자 1인당 매출액)은 0.73%포인트(P)씩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인 기업은 하위 10%인 기업보다 생산성(종사자 1인당 매출액)이 약 59% 높다는 것으로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 연구위원은 경영방식 혁신을 위해 무엇보다 기업들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영방식 수준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후진적 노사관계, 가족경영에 따른 시스템 미비, 학연·지연·혈연 중심의 인사관리 등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이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기업의 의지를 갖고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미국은 시장에서 경쟁 정도가 매우 높아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지만,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경쟁이 덜하다”며 “또 인사관리보단 생산관리가 관리자 입장에선 혁신이 용이하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만 집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기업의 인식이 먼저 개선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부도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행하고, 인센티브 등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