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농업의 발전 방향과 수출 확대 방안
“축산물 수출은 정말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술과 마케팅, 자금, 컨설팅을 한번에 처리해줄 수 있는 융복합 TF팀이 꼭 필요합니다.”(장성훈 금돈 돼지문화원 대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도 한국 농식품 수출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잠정 농식품 수출액은 55억1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3억3700만 달러) 증가했다.
분류별로 보면 신선농산물은 9억8670만 달러, 가공식품은 45억3260만 달러로 같은 기간 각각 0.2%, 8.0%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8억811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41.2% 증가했고, 중국(8억2020만 달러)도 2.1% 늘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식품 =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수출 증가 효과가 컸다. 대표적인 ‘K-FOOD’인 김치는 3분기까지 1억850만 달러를 수출하며 38.5%의 증가세를 보였다. 대표 전통 식품인 장류(고추장·쌈장·간장·된장·춘장)의 수출 실적도 올해 3분기 누계 7342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다만 이 같은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농식품 수출 구조의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29일 이투데이가 주최하고 농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후원해 열린 ‘K-농업의 발전 방향과 수출 확대 방안’ 포럼에서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농식품 수출의 문제점으로 먼저 지속적인 수출 물량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김 원장은 농식품부가 농식품 수출활성화를 위해 2017년 10월 발족한 수출연구사업단장도 맡고 있다.
그는 “신선농산물의 경우 국내 시세가 상승하면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반대로 국내 시세가 떨어지면 밀어내기식 수출로 물량이 급증해 단가가 하락한다”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수출시장에서 신뢰가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수출 전문조직이 부족하고, 수출 지원제도가 효율적이지 못해 발생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여기에 수출 시장이 미국과 중국, 아세안 국가에 집중돼 있고 화훼와 파프리카, 가공품에 한정된 수출 품목도 농식품 수출의 한계로 지목됐다. 김 원장은 “농식품 수출에서 10대 국가 비중이 74.7%에 달하고,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미국, 중국은 통상관계가 수출에 영향을 주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며 “국내 농업에 파급효과가 큰 신선농산물보다는 가공식품 위주인 수출 품목도 문제”라고 언급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농식품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결국 신규 품목을 확대하고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김 원장은 조언했다. 그는 “한국 식문화의 세계화를 통한 국산 농식품, 식자재 수출과 수출 대상국 시장에 맞는 신규 품목 발굴을 서둘러야 한다”며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 대상을 늘리기 위한 차별화한 시장 개척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종자의 경우 현지인의 소비 성향에 적합하고 생산성이 높으며 운송 등 물류과정에서 상품성이 유지되는 품종을 개발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적합한 재배기술의 개발과 보급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농업 현장의 목소리도 전문가들과 맥락을 같이했다. 농업회사법인 금돈의 장성훈 대표는 수출 지원을 위한 통합조직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장 대표가 운영하는 금돈의 경우 돼지 사육 농장에서 시작해 식품 가공과 유통, 여기에 관광·외식사업을 겸하는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이제 수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축산물의 수출은 정말 힘든 과정인데, 이와 연관된 기관도 너무 많아 효율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농식품 수출을 위해서는 기술과 마케팅, 자금, 컨설팅을 모두 관리하는 융복합 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관공서, 학교, 군부대, 휴게소 등 6차 산업 인증제품 의무매입 제도화, 신용보증 대출 시 무형의 가치평가, 정부자금 개인 지원 확대, 가칭 농도상생펀드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돈을 더 받으려고 가격에 따라 수출, 내수로 오가는 농민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격 변동이 생겨도 수출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페널티도 생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출이 한쪽으로 쏠리는 부분도 정책적으로 위험을 분산할 것도 제안했다.
이날 패널토론에서 홍영호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창업성장본부장은 “해외 농자재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 외국 기후, 환경에 맞는 기술을 업데이트해서 판매하고 인증받는 여러 절차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농업이 세계시장에서 K팜이 되려면 농자재, 플랫폼이 같이해서 지원해야 우리 농업이 강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는 “해외도 농업은 우리와 비슷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 주도형 사업으로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 일본만 봐도 농업데이터 등 정보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농업의 수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하드웨어에 치중하기보다는 소프트웨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형 농식품부 수출진흥과장은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렵지만, 농식품 수출이 호조를 이루고 있다”며 “금액으로 보면 올해 6% 안팎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코로나19로 농식품 수출 지원을 온라인 비대면으로 빠르게 대체해 중국 역직구 지원, 새롭게 나타나는 온라인쇼핑 활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에서 가격으로는 경쟁력이 많지 않다”며 “프리미엄 한국 농산물 이미지를 갖고 수출이 잘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