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장기화와 코로나19로 고전하고 있는 유통업계가 아웃렛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소비 시장이 가성비 중심의 합리적인 소비로 전환하면서 백화점에 비해 제품을 싸게 파는 아웃렛이 이커머스와 견줄 수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 사태 이후 대세로 떠오른 명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데다 교외형 매장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아웃렛의 인기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유통산업백서에 따르면 국내 아웃렛 시장은 2011년 7조9000억 원에서 2016년 14조300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고, 올해는 19조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교외형 아웃렛은 최근 명품 수요 확대와 감염증 확산에 따라 매달 매출이 10~20%씩 성장하고 있다.
스페이스원(지하 1층~지상 5층)은 영업면적 6만2393㎡(약 1만8874평) 규모로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프리미엄아울렛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서울시청과 강남역 등 서울 도심과의 거리가 17㎞에 불과해 차로 30~50분이면 접근할 수 있다. 프리미엄 아울렛으로는 서울 도심과 가장 가까웠던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보다도 더 가깝다.
이 점포는 유명 브랜드의 이월 상품을 판매하는 기존 아웃렛에 예술적 요소를 결합한 갤러리형 아웃렛을 표방한다. 입점 브랜드는 식음료 매장을 포함해 310여 개로 대표 매장은 △발렌티노 △휴고보스 △비비안웨스트우드 △모스키노 △브룩스브라더스 △헨리베글린 △팩토리바쉬 등 명품이다. 이외에도 △투미 △랄프로렌 폴로 △나이키 유나이트 △아디다스 팩토리 아울렛 등이 있다.
현대의 남양주 진출에 긴장한 곳은 직선거리 60㎞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신세계사이먼의 여주프리미엄아울렛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이다. 거리상으로는 다소 멀지만, 서울에서 동쪽에 위치한 아웃렛으로 사실상 경쟁관계로 분류된다.
롯데쇼핑은 2017년 이천점 증축에 나서 경쟁사의 도전에 대비해왔다. 리뉴얼을 통해 기존 5만3000㎡(1만6200평)의 영업면적은 총 6만7200㎡(2만500평)으로 늘어나 국내 최대 면적의 아울렛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게 됐다.
신세계사이먼은 지난해 전용 라운지와 파킹존을 제공하는 VIP 서비스를 아울렛 업계 최초로 여주아울렛에 도입해 고객 이탈에 대비했다. 효과는 쏠쏠하다. 여주점 전체 매출에서 ‘프리미엄 멤버스’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시행 이전과 비교해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9월에는 인터파크에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아웃렛 전문관’을 개설해 비대면 시장에도 진출했다.
아웃렛 오픈 경쟁은 수도권만이 아니다. 2015년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현대아울렛은 김포점과 송도점에 이어 올해 6월에는 대전시 유성구 용산동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문을 열었고, 2023년에는 청주점도 선보인다.
2007년 국내 최초로 프리미엄아울렛을 도입한 ‘원조’ 신세계도 여주점과 파주점, 부산점에 이어 경산시에 대구·경북권 첫 프리미엄아울렛을 짓기로 했다. 신세계사이먼이 1억 달러(1200억 원)를 투자해 경산지식산업지구 내 5만 3000평 부지에 ‘경산 프리미엄아울렛’을 조성할 방침이다.
부산ㆍ경남권 왕좌를 둘러싼 신세계와 롯데의 경쟁도 눈에 띈다. 신세계사이먼은 최근 여주점의 VIP 서비스를 부산점에 도입했다. 컨시어지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은 여주점의 럭셔리 상품을 부산점에서 원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신세계조선호텔이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에서 운영하는 부산 웨스틴조선호텔과 그랜드조선 부산 등의 숙박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신세계 부산점과 롯데 동부산점은 둘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하며 직선거리 15㎞에 불과하다. 2013년 신세계가 먼저 터를 잡은 후 1년 후 롯데가 입성했는데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에 국내 관광객들이 늘면서 오시리아 관광지에 위치한 롯데아울렛 동부산점은 입지상 더 유리하다. 신세계사이먼의 마케팅 행보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을 의식한 카드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가가 모두 부진한 가운데 아웃렛은 코로나19 여파로 오히려 호기를 맞고 있다”면서 “명품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싸게 할 수 있는 곳으로도 각광받으며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