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민주당 지지자 모두 상대방이 대선 불복 폭력사태 일으킬 것 우려
3~9월 총기 판매량 전년 대비 91% 폭증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두 후보의 유세도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우편투표 지연과 폭력사태 불안 등 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장서서 우편투표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리는 상황에서 선거 후 폭력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며 총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플로리다대학 ‘미국선거프로젝트(US Elections Project)’의 조사 결과 사전투표를 완료한 유권자는 9122만290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등록 유권자의 약 43%에 달하는 숫자다. 2016년 대선 당시 총 투표자 수는 1억3650만 명이었는데, 이번엔 사전투표만으로 이미 4년 전 대선 총 투표자 수의 66%가량을 채웠다.
문제는 선거날(3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아직 선거 당국에 도착하지 않은 우편투표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사전투표 중 우편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6000만 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 중 3300만 표 이상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특히 전날 기준 주요 경합주 13곳에서 우편투표 700만 표 이상이 아직 당국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중에는 미시간과 위스콘신, 애리조나, 플로리다 등 최대 격전지가 포함돼 있다. 13개 주의 우편투표 수가 2400만 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략 28%가 아직 배달되지 않은 것이다.
제때 배달되지 않아 집계에서 빠지는 표가 생기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2016 대선 때 미시간은 트럼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득표 차가 1만704표에 불과했다. 전날까지 미시간에서 도착하지 않은 우편투표는 70만 표 이상으로 집계됐는데, 만약 이달 3일까지 당국에 도착하지 않으면 집계 대상에서 제외된다. 조지아주도 선거일까지 도착한 표만 집계하는데, 도착하지 않은 우편투표 수가 지난달 29일 기준 62만4842표에 달한다.
개표와 집계가 지연되면 선거 결과 확정이 늦어져 결국 소송전이 벌어질 수 있다. 만약 당일 현장투표 결과와 우편투표가 포함된 최종 개표 결과가 다르면 패자가 불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우편투표는 사기”라고 주장해왔고, 결과 승복 여부에 대한 질문에 확답을 내지 않은 터라 선거가 결국 법원에서 결론을 맺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극성 지지자들의 대립으로 미국 사회가 현재 극도로 분열된 와중에 개표 결과 발표마저 지연되면 폭력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올해 3~9월 총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1% 폭증했다고 밝혔다. 전미흑인총기협회(NGA)는 2015년 출범 이래 회원 수가 올해 가장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올해 여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종 차별 반대 시위가 전국에서 발생하면서 총기 구매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선거를 앞두고 불안이 고조된 영향이 크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되면 경찰 예산이 줄어들어 무법지대가 될 것으로 믿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극우주의자들이 모인 온라인 포럼에선 ‘내전’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반면 바이든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해 극우단체들이 소요사태를 일으킬 것을 걱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