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 잡기 목적 ‘예약 면담’ 진행…앤트 “당국 의견 이행하겠다” 꼬리 내려
지난달 마윈의 금융 당국 작심 비판에 당국이 길들이기 나선 것으로 풀이
중국 최고 부자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자가 중국 당국에 소환돼 질책을 받았다. 지난달 공개 석상에서 중국 정부의 보수적인 금융 정책을 비판한 것이 화근이었던 것으로,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앞둔 시점이라 이목이 쏠린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윈 창업자는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중국은행보험감독위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 국가외환관리국의 소환 명령에 따라 ‘예약 면담’을 진행했다. 징셴둥 앤트그룹 회장과 후샤오밍 최고경영자(CEO)도 함께 소환됐다. 예약 면담은 중국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기관의 관계자들이나 개인을 불러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일종의 ‘군기 잡기’다.
인민은행은 면담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관계자들은 정부 기관이 앤트에 시중 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레버리지와 자본 규제를 가할 것이며 앤트그룹을 금융 지주회사로 취급하겠다는 경고를 내렸다고 전했다. 중국 규제 당국이 앤트에 새로운 규제를 부과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올 여름 기업공개(IPO)를 신청했을 때만 해도 큰 움직임이 없다가 갑자기 소환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번 예약 면담은 마윈이 지난달 24일 상하이 와이탄금융서밋 기조연설에서 중국 안팎의 규제 당국과 중국 은행가들을 비판하자 당국이 길들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은행은 전당포와 같다”며 대형 국유 은행들이 충분한 담보가 있어야만 대출을 해주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어 “중국의 금융 시스템의 문제는 건전성이 아니라 금융 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기능의 부재”라며 “혁신가들은 뒤떨어진 감독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왕치산 국가 부주석과 이강 인민은행 총재 등 고위 관리직이 참석한 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금융 위험 방지를 최우선 정책 기조로 삼은 터라 마윈이 민감한 장소에서 대담한 발언을 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금융 전문가들은 마윈의 발언을 두고 찬반 논쟁을 벌이기까지 했다.
앤트는 예약 면담 후 성명을 내고 “당국의 의견을 심층적으로 이행하겠다”며 “안정적인 혁신과 실물 경제에 대한 관리 감독 수용 등 지침을 따를 것”이라고 꼬리를 내렸다. 앤트는 5일 홍콩증시에 상장한 뒤 이달 안에 상하이 증시에도 데뷔할 예정이다. 앤트의 조달 예정 금액은 345억 달러(약 39조 원)로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세운 기록을 뛰어넘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예약 면담이 사상 최대 규모 IPO를 둘러싼 투자 열풍을 가라앉히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케빈 궉 샌포드번스타인 분석가는 “당국의 규제는 앤트의 가장 큰 위험 요소”라며 “투자자 대부분은 앤트의 장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규제 개입의 신호가 분명하면 전망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