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결과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주요국 정상의 셈법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 받는 게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중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시 주석이 4일 상하이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미·중 관계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시 주석은 3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면서 “중국 발전은 여전히 중요한 전략적 시기를 지나고 있고, 국내외 환경은 매우 복잡 다변하다”며 “우리는 적극적으로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충격과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내년 1월 이후 방미를 추진하고 있다. 원래 연내 미국 방문을 추진했으나 미국 대선 결과를 놓고 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일정을 연기한 것이다. 2016년 대선 때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11월에 미국을 방문해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트럼프 당시 당선인과 회담했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만을 바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지지하는 등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을 자처했는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인권 문제와 아마존 개발 등으로 대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까 걱정하는 정상으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거친 언사를 주고 받았지만,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하는 등 ‘이상하고도 훌륭한’ 케미를 발산했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는 비핵화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아둔 상태라 그가 당선된다면 김 위원장이 대북 제재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러시아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후보의 신뢰를 떨어뜨리려 한다”는 지적을 받을 만큼 치열한 물 밑 작업을 진행했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푸틴의 강아지”라고 부르며 대립각을 세운 터라 러시아에 대해 트럼프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무함마드 왕세자 역시 트럼프의 승리를 바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를 택했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었을 때 적극 옹호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바이든이 당선되면 당장 제재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터키가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사들이기로 결정하자 미국 의회는 제재를 가하려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혼자 반대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