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go) 아니면 스톱(stop)을 외쳐야 하는 데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미국 대선이 '혼돈'에 빠졌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상황이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28일 회원국 선호도 조사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차기 사무총장으로 추천했다. 애초 WTO는 반대하는 회원국이 없으면 이달 9일 열리는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사무총장으로 승인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반대로 최종 결정은 안갯속이다. 사무총장 선출에는 모든 회원국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반이사회에서 미국의 반대로 오콘조이웨알라 추천안이 부결되면 사무총장이 당분간 공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선호도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유 본부장의 사퇴 등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으나 미국의 입장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에 미 대선 결과에 따라 향후 입장을 정할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미 대선이 혼돈에 빠지면서 애매해졌다.
현 트럼프 행정부는 오콘조이웨알라 반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일방주의 노선을 걷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르게 다자주의 협의 체제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WTO 전체 회원국의 여론을 고려해 유 후보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현재 미 대선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를 문제 삼으며 일부 핵심 경합주의 재검표와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해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최종 확정까진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미 대선 결과가 늦게 나올수록 유 본부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