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브랜드 정체성 강조하며 기본으로 회귀
경영정상화를 추진 중인 쌍용자동차가 브랜드 엠블럼 및 제품전략을 수정했다.
2000년대 초, 전성기를 되찾기 위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한편, 연구개발 과정에서 경영진의 개입 역시 최소화하기로 했다.
예병태 사장이 주도한 경영 전략 가운데 하나로, 과거 쌍용차의 이른바 '광기'가 되살아날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쌍용차와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쌍용차는 브랜드 엠블럼 및 제품개발 전략 일부를 개편했다.
앞서 쌍용차는 과거 모기업이었던 ‘쌍용그룹’과 연결고리가 끊어진 만큼, ‘쌍용(Ssangyong)’이라는 브랜드 대신 새로운 브랜드와 사명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2012년 인도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할 당시 공동관리인, 이후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던 이유일 대표는 “쌍용이라는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메이커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라며 “새로운 사명과 브랜드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새로운 사명 도입은 북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전략이었다. 영어권에서 발음이 어려운 ‘쌍용’을 대신할 새로운 사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회사 안팎에서 이어진 바 있다.
대안 가운데 하나로 내수에서는 쌍용, 해외에서는 또 다른 이름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방식도 검토됐다.
같은 맥락으로 국내에서 쌍용의 영문 머리글 SS를 형상화한 ‘쓰리 서클’ 엠블럼을 사용하는 한편, 수출 시장에서는 날개 형상의 엠블럼을 활용하기도 했다.
고급차(체어맨)와 고급 SUV(렉스턴)으로 점철되는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내수 및 수출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었다.
2015년 이후에는 내수 모델에도 점진적으로 윙 타입의 수출형 엠블럼을 확대 적용하기 시작했다. 티볼리를 시작으로 일부 스페셜 버전은 수출형 윙 엠블럼을 장착하기도 했다. G4 렉스턴의 경우 애초부터 출시부터 날개 모양의 엠블럼만 장착했다.
수출형 윙 엠블럼을 상위 등급에 활용하면서 순차적으로 쌍용 이미지를 걷어내는 작업도 시작했다.
반면 이달 초 선보인, G4 렉스턴의 부분변경 모델인 ‘올 뉴 렉스턴’의 경우 이전의 수출형 날개 엠블럼 대신 쌍용차 고유의 쓰리 서클 엠블럼을 다시 얹었다.
국내 시장에서 단종했다가 최근 부활한 ‘티볼리 에어’ 역시 수출형 엠블럼 대신 쓰리 서클 엠블럼을 달고 나왔다.
렉스턴의 경우 서브 네임인 G4라는 이름도 삭제했다. ‘그레이트4 에볼루션’을 상징했던 G4의 이미지가 충분히 각인된 만큼,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아 ‘올 뉴 렉스턴’으로 이름 지었다.
쌍용차 안팎에서는 이전의 엠블럼 전략을 다시 사용하면서 과거 전성기로의 회귀는 물론,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전략은 최종식 사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에 오른 예병태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전략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앞서 이유일ㆍ최종식 대표가 제품전략에 깊게 관여한 것과 달리 예병태 사장은 연구개발진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의 의견이 신차에 십분 반영될 수 있도록 경영진 입장을 배제하는 한편, 연구소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있다는 게 쌍용차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실제로 G4 렉스턴의 부분변경 모델인 올 뉴 렉스턴은 여러 가지 라인이 겹쳐진 이른바 ‘레이어드’ 타입의 과감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실제로 연구진이 아닌, 경영진의 입김이 반영됐다면 쉽게 뽑아낼 수 없는 디자인이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중론이다. 쌍용차 디자인이 2000년대 초 전성기 당시처럼 과감해졌다는 평가가 이어진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2015년 티볼리 출시 이후 쌍용차의 장기인 과감함 대신 안정적인 제품전략을 추구했던 쌍용차 제품 전략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쌍용차 관계자는 최근 불고 있는 새로운 브랜드 전략과 관련해 "기존의 남성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카리스마가 담긴 제품 이미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라며 "정통 SUV의 DNA를 계승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