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잔 인기가 뜨겁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이 증가하면서 술과 함께 잔을 묶어 파는 ‘전용잔 패키지’ 출시가 활발하다.
전용잔은 과거 '수입 맥주' 붐이 일며 주목을 받았다. 잔의 모양과 크기, 두께에 따라 술의 풍미와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브랜드별로 전용잔을 수집하는 마니아층, 일명 '컵덕'(컵 덕후)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최근 전용잔의 인기 배경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크게 증가한 홈술족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마트가 11일 제공한 올해 3~10월 ‘홈술’ 관련용품 매출 신장률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와인잔, 디켄터(와인 액세서리), 소주잔이 각각 73.1%, 88.9%, 10.8% 늘었다.
이에 따라 주류업계는 홈술족과 컵덕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용잔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과거에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로고와 술의 풍미를 극대화하는 형태로 실용성을 강조한 전용잔을 출시했다면, 최근에는 재미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B급 감성까지 동원하며 각양각색의 전용잔을 내놓고 있다.
비어케이는 올 9월 에딩거 전용잔 패키지를 출시했다. 독일 밀맥주 에딩거 6캔(500㎖ 캔)과 바이젠 글라스(330㎖) 1개로 구성됐다. 이 밖에도 칭따오 제품군에서는 라거 6캔(500㎖ 캔)과 미니잔(170㎖) 2개), 라거 6캔(330㎖ 캔)과 전용잔(375㎖) 1개로 구성된 패키지도 판매 중이다.
특히 칭따오는 올해 초 소셜미디어 채널 ‘직장내일’과 손잡고 칭다오 라거 500㎖ 캔 6개, 전용잔 1개로 구성된 ‘칭따오X직장내일’ 패키지로 한정 출시한 바 있다. 칭따오 브랜드 로고 대신 '칭따오 따르기 오분전' 등의 카피문구를 잔에 새겨 맥주를 진지하게 즐기는 ‘맥덕’(맥주 덕후), 전용잔을 모으는 수집가뿐만 아니라 젊은 층도 함께 잡겠다는 포석이다.
비어케이 관계자는 “같은 맥주라도 따르는 잔에 따라 느껴지는 풍미는 천차만별”이라면서 “특히 전용 잔에 따라 마시면 맥주의 특성에 따라 거품과 풍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구스아일랜드도 최근 집에서 맥주 한 잔을 마셔도 특별한 맛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대형마트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혼맥&홈맥 매니아 스페셜 패키지' 2종을 출시했다. 473㎖ 용량의 캔 제품 4개와 구스아일랜드 전용 노닉 파인트잔으로 패키지에 따라 구스아일랜드의 대표 맥주인 ‘구스 IPA(Goose IPA)’와 ‘312 어반 위트 에일(312 Urban Wheat Ale)’로 구성됐다.
위스키 업계도 ‘컵덕’ 붐에 올라탔다.
골든블루는 최근 위스키를 탄산수, 얼음과 조합해 함께 마시는 하이볼 문화가 새로운 주류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지난 5월 업소용 ‘골든블루 더블샷 하이볼’을 출시했다. 하이볼 수요 증가에 맞춰 가정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패키지를 제작해 판매에 나선 것이다.
‘골든블루 사피루스 하이볼 패키지’는 100% 스코틀랜드산 원액에 ‘골든블루 사피루스’ 위스키 450㎖ 1병과 자신만의 스타일의 하이볼을 만들 수 있는 하이볼 전용잔 1개로 구성됐다.
골든블루 김동욱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홈술 문화가 더욱 빠르게 확산하면서 하이볼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라면서 “자신의 음주 스타일에 맞는 자신만의 하이볼을 만들어 무료한 일상에 작게나마 활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