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등록이 말소된 집주인들 움직임을 두고 시장 관측이 엇갈린다. 이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집값이 하향 안정될 수도 전세난이 더 악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임대주택 등록 연내 47만가구 말소
4년간 87만 가구 추산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46만7885가구에서 임대주택 등록이 말소된다. 이후 △2021년 11만5086가구 △2022년 14만1746가구 △2023년 10만2547가구 등 4년 동안 모두 82만7264가구에서 임대주택 등록이 말소될 것으로 국토부는 추산한다.
등록 임대주택은 민간 임대인(집주인)이 주택 임대사업자로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면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취득세 등 혜택을 주는 제도다. 대신 임대인은 의무 임대 기간 준수(4ㆍ8년), 임대료 증액 제한(5%) 등 의무를 지켜야 한다. 민간 임대주택이 공공성을 갖추게 해 전ㆍ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일각에선 등록 임대주택에 주는 세제 혜택이 다주택자의 투기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부는 4년 단기 임대주택 등록제는 폐지하고 아파트의 경우 8년 장기 임대주택 등록제도 없애기로 했다. 기존 등록 임대주택도 의무 임대 기간이 끝나면 등록이 자동으로 말소된다.
정부 "매물 증가로 집값 안정" 기대하지만 아파트 물량 제한적
정부는 내심 의무 임대 기간이 끝나 등록이 말소된 민간 임대주택이 매매시장에 나오길 기대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등록임대주택 가운데 연말까지 46만8000호가 자동 말소될 예정이며, 이 중 상당수는 시장에 매물로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 물량이 매매시장에 풀리면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가격 안정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가 임대사업자가 임대주택 등록을 자진 말소하면 의무기간을 절반만 채워도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도 이 같은 기대에서다.
세제 강화도 옛 등록 임대사업자의 선택을 독촉하는 요인이다. 내년 6월부터 규제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종부세 세율이 1.2~6.0%로 올라간다. 올해 규제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세율(0.5%~3.2%)보다 두 배가량 높아지는 것이다. 재산세와 종부세 과세표준인 공시가격도 시세 반영률을 90%로 올리기로 한 만큼 보유세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당분간 임대주택 등록 말소가 시장에 주는 요인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시장에 파급력을 주려면 아파트 물량이 많이 쏟아져야 하는데 내년까지 말소되는 물량은 대부분 단독주택이나 다가구ㆍ다세대주택일 것으로 보인다"며 "아파트가 말소된다고 해도 물량이 많지 않으면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임대인 버티기' 전셋값 올려 세입자에 세금 부담 전가 가능성
임대인들이 '버티기 전략'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연구원은 "3주택자 이상 보유자는 세금 부담이 워낙 많이 늘어나니 처분이 불가피하지만 2주택자는 주택 처분 비용 등을 계산하면 집값이 계속 상승한다는 전제 아래 전세를 놓으며 버티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도권 전셋값이 고공행진하면서 늘어난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기도 쉬워졌다.
등록이 말소된 임대인들이 버티기에 나서면 오히려 전세 수요자들 부담은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동안엔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임대료 증액 폭이 제한됐지만 등록이 말소되면서 이 같은 통제장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전 같으면 제한된 폭으로 임대료가 올랐겠지만 이제는 오른 시세에 맞춰 전셋값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이들이 전세 공급을 늘리더라도 가격 측면에선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세난이 얼마나 심각해질지 모르고 성급하게 등록 임대주택 제도를 무력화했다는 비판도 있다. 두 연구위원은 "물량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한 상태에서 제도를 바꿨어야 하는데 정부가 임대사업자를 이용만 하고 제도를 폐지했다"며 "매매ㆍ임대 거래가 경색되면 시장이 교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