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DI·전기·디스플레이 ‘부품품질 혁신’ 다짐
이건희 회장 ‘프랑크푸르트 선언’ 기폭제 된 디자인…‘휴대전화 화형식’ 품질 강조
삼성이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디자인과 품질 경영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자인과 품질은 이 회장이 생전에 늘 강조하며 삼성의 사업적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1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5개 부품사는 이달 4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모여 ‘부품사 제조ㆍ환경 안전 통합혁신데이(Day)’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는 부품사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환경안전의식을 공유하고, 제조혁신의 상향 일치화 및 협업과제의 성과를 짚어보는 자리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렸다.
올해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메모리사업부장 진교영 사장, 시스템(System) LSI 사업부장 강인엽 사장, 파운드리(Foundry)사업부장 정은승 사장을 비롯해 삼성SDI 전영현 사장, 삼성디스플레이 이동훈 사장, 삼성전기 경계현 사장 등 각 부품사 대표이사, 부사장, 임원 45명이 참석했다.
이날 삼성전자를 비롯한 부품사들은 각 사에서 진행해 온 제조혁신과 환경안전 혁신 우수활동을 공유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이날 격려사를 통해 코로나19로 촉발된 팬데믹이라는 위기상황 속에서 초일류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며, 가장 중요한 가치로 협업과 혁신, 시너지를 꼽았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사업장, 최고의 제조 기술력을 갖춘 사랑받는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한 ‘부품사 혁신Day 추진’, 서로 배우고 지속적인 실행을 통해 만드는 ‘우리만의 고유한 제조방식 환경안전문화 구축’, 그리고 ‘부품사 및 협력사, 나아가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2일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첫 경영 행보로 미래 디자인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행보를 놓고 이 회장의 ‘디자인 경영’을 한 차원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 대표이사 사장, 한종희 VD사업부장 사장, 노태문 무선사업부장 사장, 최윤호 경영지원실장 등을 비롯한 세트 부문 경영진과 승현준 삼성리서치 연구소장, 이돈태 디자인경영센터장 등을 이끌고 서울R&D 캠퍼스에서 디자인 전략회의를 열었다.
이 부회장은 “디자인에 혼을 담아내자. 다시 한번 디자인 혁명을 이루자.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자. 도전은 위기 속에서 더 빛난다. 위기를 딛고 미래를 활짝 열어가자”고 말했다.
품질과 디자인은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늘 강조해왔던 경영 키워드이기도 하다. 1994년 첫 휴대전화 출시 이후 품질 문제로 시장의 외면을 받자 이 회장은 1995년 구미사업장에서 불량 휴대전화 15만 대를 모아 불에 태우는 ‘화형식’을 진행하며 품질 개선을 이끌었다.
그 결과 삼성전자 휴대전화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며, 반도체와 함께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발돋움했다.
이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의 기폭제가 된 ‘후쿠다 보고서’에도 주목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디자인부서를 지도했던 후쿠다 고문은 1993년 삼성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담은 보고서를 이 회장에게 제출했다.
보고서를 보고 충격을 받은 이 회장은 도쿄에서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기내에 동승했던 사장단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논의하게 했다. 그 논의는 프랑크푸르트에서도 계속돼 ‘신경영 선언’으로 이어졌다.
후쿠다 고문은 2015년 삼성 사내망인 ‘미디어삼성’과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에 영입될 당시 모방 제품이 많아 문화 충격을 받았다”면서 “일본 소니가 1류, 파나소닉은 1.2류, 샤프나 산요가 1.5류였다면 삼성은 당시 2류였다”고 회상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은 디자인과 품질을 중시하며 90년대 글로벌 경영 개화 시기에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5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디자인과 품질은 여전히 기업 핵심경쟁력의 한 축”이라며 “이재용 부회장과 경영진의 최근 행보 역시 이 회장의 뜻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