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닭쫓던 개 신세 되나’, 아시아나 인수 반대하는 이유

입력 2020-11-1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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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배정보다는 기존 대주주인 우리 주주연합이 책임경영의 차원에서 우선 참여할 것”

▲13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서있다. (제공=연합뉴스)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펀드(KCGI), 반도건설 등이 참여한 ‘3자 주주 연합’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모양새다. 한진칼의 지분을 보유한 산은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호지분이 될 수 있어서다. 현재 한진칼의 최대주주는 3자연합이지만 조 회장이 산은의 지원을 얻게되면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게 된다. 이에 따라 KCGI는 “유상증자를 강행한다면 기존 대주주인 우리 주주연합이 참여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3자연합은 지난 15일 입장자료를 통해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통합이 목적이라면 (산업은행이)대한항공에 지원하면 될 것”이라며 “부채비율이 108%에 불과한 정상기업 한진칼에 증자하는 것은 명백히 조원태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 지분이 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면 자신들도 증자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자연합은 “그런데도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제3자 배정보다는 기존 대주주인 우리 주주연합이 책임경영의 차원에서 우선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산은의 자금 지원으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고, 16일 산은 등 채권단은 한진칼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8000억원을 지원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사될 경우 연매출 15조 원의 초대형 국적 항공사가 탄생한다.

현재 거론되는 인수 방식은 산은이 한진칼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자금을 지원받은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재차 인수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시나리오처럼 대한항공과 산업은행 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곧바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식도 가능하지만 굳이 두 차례 걸쳐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건 산은이 한진칼에 대한 지분을 갖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3자연합이 문제삼는 것도 이처럼 산은이 대한항공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진칼을 거쳐가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산은은 한진칼 지분 인수를 통해 조 회장의 우호지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산은은 한진가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게 되는 부담감은 있지만 ‘항공업계 회생’에 방점을 찍고 지원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시아나항공 회생을 위해서는 대한항공 인수가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해서다. 대한항공을 인수전에 참여시킬 유인은 조 회장 경영권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유일한 대안이다”면서 “초대형 국적항공사를 탄생시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 3자연합이 이 같은 인수합병을 막을 명분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식시장은 벌써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아시아나 항공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8% 상승했고, 현재 20% 가까운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당초 ‘승자의 저주’ 우려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독점적 노선 확보에 따른 수익성 개선 기대감에 이날 주가는 장 중 12%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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