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4년 전보다 더욱 분열…트럼프, 정치적 이익 위해 부채질”

입력 2020-11-1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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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선거가 ‘진실의 쇠퇴’ 막을 수 없어”
“사기 선거 주장, 민주주의 위태롭게 해”
회고록 ‘약속의 땅’ 17일 발간 앞두고 인터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 유세를 하고 있다. 애틀랜타/로이터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대선 과정에 나타난 분열상을 우려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세 번째 회고록 ‘약속의 땅’ 발간을 앞두고 1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4년 전보다 훨씬 분열됐다”며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를 부채질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분열을 더욱 악화시킨 ‘광적인 음모론’ 문화를 되돌려야 하는 큰 과제에 직면했다”며 “한 번의 선거가 ‘진실의 쇠퇴’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대선에서 조 바이든의 승리는 분열을 고치는 시작일 뿐”이라며 “현 추세를 되돌리려면 한 번 이상의 선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미국은 확실히 내가 처음 대선에 나선 2007년과 대통령에 취임한 2008년 때보다 확실히 더 많이 분열돼 있다”며 “이것은 부분적으로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에 좋았기 때문에 분열을 부채질한 것에 기인한다.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은’ 온라인상의 잘못된 정보의 확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백만 사람이 바이든이 사회주의자라고 믿고 있으며 힐러리 클린턴이 소아성애자들과 연루된 악마 조직의 일원이라는 음모론도 있다”고 예를 들면서 “우리가 이런 일들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할지 논쟁을 시작하기 전에 (가짜 뉴스와 음모론을 걸러낼 수 있는) 산업 내 규제와 표준의 조합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디어와 소셜미디어가 무분별하게 음모론을 확산하면서 분열을 퍼뜨린 것을 반성하고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17일 자신의 회고록 출간에 앞서 BBC 이외에도 미국 CBS방송과도 인터뷰했다.

오바마는 이날 방영된 CBS의 게일 킹과의 인터뷰에서 “대선에서 두 후보가 각각 7000만 표 이상을 득표했다는 사실은 미국이 여전히 깊게 분열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유권자들이 소비하는 미디어들이 제시하는 음모론적 세계관이 너무 많은 무게를 지니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만일 우리가 완전히 서로 다른 팩트로 움직이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바마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의 조언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든 그를 도울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CBS의 다른 프로그램인 ‘60분’에도 출연해 선거가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주장을 공화당 관리들이 지지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만든다고 질타했다. 오바마는 “우리는 아이들이 패배하면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 딸들이 어떤 경쟁에서 패하고 나서 삐죽거리면서 상대방이 속임수를 쓴다고 증거도 없이 비난하면 꾸짖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선거 결과에 승복할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는 “대통령은 단지 임시로 집무실을 차지하고 있는 것뿐”이라며 “시간이 다 되면 자신의 이익이나 실망감을 넘어서 국가를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이라는 직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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