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관련 투자를 향한 시장의 관심도가 역대 최고로 높아지고 있다. ESG 추세에서 한국에서는 'G 혁신'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오랜 자본시장 역사 속 지배구조가 변화했지만, 한국은 이제 3세 경영인의 지배구조로 변화하고 있어서다.
3세 경영인들이 이끌어갈 기업 전략은 '진화'와 '혁신'이다.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선도하기 위해선 글로벌 업체를 넘어선 세계 최고 수준으로 진화시켜야 한다. 이 때문에 쉴 새없이 달려온 2세와 달리 3세는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두고 있단 분석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LG 등 재계 4대 그룹이 정기 인사 시즌의 막을 올린다. 이달 말 LG를 시작으로 내달 첫째주 SK와 삼성이 정기 인사를 단행한다.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첫 인사인 '뉴삼성'의 경우 '실용'이 두드러질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을 확보한 IT 사업을 진화시켜나갈 수 있는 사업은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바이오, 전장 부품 등이 있다. 이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가운데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 고동진 IT·모바일(IM) 부문장(사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 등 3인 대표 체제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의 취임 이후 첫 임원 인사에 '세대교체'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정 회장은 모든 움직이는 수단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으로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단순히 도로 위가 아닌 하늘과 지상을 모두 이동하는 장치들이 미래 핵심 사업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기 인사를 없애고 연중 수시 인사체제로 전환한 현대차는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 개발을 주도할 외부 인재를 영입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ESG' 사업 방침이 사업에 인사에도 그대로 반영될 전망이다. SK는 국내 최초로 8개 계열사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글로벌 캠페인 'RE100'에 가입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최근 "기업이 사회적 책임 이상의 공감과 감수성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고 연일 강조한 바 있다. 이에 SK 전 계열사들이 ESG 경영에 걸맞는 지표들을 보여주는 원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인사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말 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으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에너지·화학 위원장으로 선임되는 등 주요 계열사들이 유임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체제 출범 이후 세번째 이뤄지는 인사다. 구 회장은 배터리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데 특히 LG화학 배터리사업 부문 분사에 따른 새수장 인선과 인사 폭이 관건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세운 친환경 정책은 미국과 유럽, 중국 중심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젋은 인재 발탁이 이뤄질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지배구조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투자자들이 의사 결정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라며 "투명한 지배구조가 새로운 기업 가치를 창출하고, 기업 발전과 주가 상승이라는 선순환을 만들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G가 기업 지속가능성의 원천이며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