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왕숙1지구 보상 내년 상반기로 연기
정부가 3기 신도시로 지정한 택지지구들의 토지보상 절차에 본격 착수했지만 보상금을 높여달라는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토지 위에 지어진 공장과 창고 등 지장물보상과 땅 속에 묻힌 문화재 처리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3기 신도시 사업 초기 단계인 토지보상부터 미뤄지면서 신도시 실제 입주가 상당 기간 지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기도는 당초 12월 경기 남양주 왕숙 공공주택지구(왕숙1 866만2125㎡, 왕숙2 239만1830㎡)의 토지보상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감정평가 지연 등의 문제로 3기 신도시 중 규모가 가장 큰 왕숙1지구의 토지보상이 내년 상반기로 연기됐다.
다음 달 토지보상에 들어가는 하남 교산지구(631만4121㎡)의 경우 지장물과 문화재라는 복병을 만났다. 이 지역은 건물과 창고 등 지장물이 많고 고고학적 유물도 다량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장물은 토지와 달리 일일이 조사해 보상해야 하고, 문화재가 나올 경우 유물 발굴을 위해 개발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LH 관계자는 “하남 교산은 최근 10년간 개발한 택지지구를 통틀어 지장물이 가장 많은 곳”이라며 "조사와 보상에 상당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입주 시기 지연 불가피"
지장물 보상과 관련한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도 넘어야 할 과제다. 교산신도시 부지 내 토지주들은 빈 땅에 지은 공장과 물류창고 등으로 벌어온 임대수익을 포기하는 만큼, 토지보상금을 더 올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6조7693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토지보상금을 10조 원대로 대폭 상향해 달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인천 계양신도시(333만1714㎡)와 경기 과천신도시(155만5496㎡)의 토지보상도 내달 시작된다. 3차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부천 대장신도시(343만4660㎡)와 고양 창릉신도시(812만6948㎡)는 내년 상반기 보상공고 이후 하반기에 토지보상이 예정돼 있다.
이들 신도시도 토지보상금을 올려달라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개발사업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3기 신도시의 입주 시기가 발표 당시 국토부의 계획보다 상당히 늦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신태수 전국개발정보지존 대표는 “토지보상이 빨리 끝나지 않으면 3기 신도시 개발사업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택지 조성, 개별 설계, 착공, 건물 완공, 인테리어, 조경시설 조성에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향후 4~5년 내 입주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