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턴, 비주류·친트럼프 경제학자로 꼽혀
다음 달 재투표 가능하지만 인준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주디 셸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후보가 상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셸턴 후보는 이날 상원 인준 표결을 위한 절차 투표에서 찬성 47, 반대 50으로 낙마했다. 공화당은 상원에서 53석을 차지해 47석의 민주당보다 다수를 점하고 있지만, 공화당 내에서 셸턴 후보를 반대하는 이들이 나왔다.
표결에 앞서 민주당 소속 상원 의원들은 모두 셸턴 후보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공화당에서는 밋 롬니(유타) 의원과 수잔 콜린스(메인) 의원, 라마르 알렉산더(테네시) 의원이 반대 뜻을 표명했다. 여기에 릭 스콧(플로리다) 의원과 척 그래슬리(아이오와) 의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 중이라 투표에 참석하지 않았다.
셸턴 후보는 트럼프 캠프에서 경제 정책 자문을 맡은 대표적인 ‘트럼프맨’으로 꼽힌다. 비주류 학자인 그는 달러와 금의 가치를 연동하는 고정환율제인 금본위제를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올해 2월 청문회에서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옹호하지 않는다”고 한발 뒤로 물러났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준이 기준금리를 0%로 인하하자 이를 강하게 비판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지지하자 제로 금리를 옹호하고 나섰다. 셸턴 후보는 연준이 정치적 독립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공공연하게 해왔다.
다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재투표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표결은 본회의 상정 전 ‘절차 투표’로, 부결되더라도 다음에 다시 표결할 수 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전략적으로 반대에 표를 던져 절차 투표를 부결시켰다.
다음 달에 재투표를 하면 자가격리에 들어갔던 그래슬리와 스콧 의원이 돌아와 공화당으로서는 찬성표 2표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공화당 소속 마사 맥샐리(애리조나) 의원의 자리에 민주당 소속 마크 켈리 의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인준이 되리라고 보장할 수 없다. 이로써 퇴임 전 연방대법원과 연준을 장악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제동이 걸리며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셸턴 후보와 함께 지명된 크리스토퍼 월러 후보는 무난하게 인준을 받을 전망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부총재인 그는 주류에 가까운 경제학자이며 금리 인하에 찬성 의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에서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지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