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게임즈와 분쟁으로 비난 커진 영향
애플 따라 수수료 책정한 구글 난처해져
애플이 전 세계 중소개발자의 인앱 결제 수수료를 50% 낮춘다. 유명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와의 소송전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 고액 수수료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백기를 든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똑같은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있는 구글의 정책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내년부터 매출이 적은 앱 개발자를 대상으로 앱스토어를 통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앱에 부과하는 판매 수수료를 현재의 절반인 15%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연매출이 100만 달러 미만인 개발자다.
애플은 "소규모 사업자나 개발자가 더 많은 자금을 자신의 사업에 투자하고 직원을 늘려 전 세계 앱 사용자를 위해 새로운 혁신적인 기능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수수료율 변경은 2020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며, 2021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애플은 매출 100만 달러를 기준으로 한 이유에 대해 "내부 조사를 한 결과, 앱 개발자는 매출이 그 금액에 도달하면 보다 큰 성공을 거두는 경향이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이번 수수료율 조정 대상이 되는 개발자 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앱스토어를 사용하는 2800만개 개발자 대부분이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애플의 인앱 결제 수수료율은 개발자의 매출 규모와 관계없이 30%로 고정돼 있었다. 이번에 수수료를 전격 인하하는 배경에는 에픽게임즈와의 분쟁이 있다. 지난 8월 에픽게임즈는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는 직접 결제 서비스를 내놨는데, 이에 대해 애플과 구글이 규정 위반이라며 에픽게임즈의 게임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퇴출했다. 그러자 여론은 애플과 구글이 개발사를 상대로 고액의 수수료를 뜯어내고 있다며 에픽게임즈 편에 섰다.
뉴욕타임스(NYT)와 WSJ,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유력 언론매체들의 이익단체인 디지털콘텐츠넥스트(DCN)는 애플에 계약 조건 개선 방안을 요구했고, 스포티파이와 틴더 등 13개 업체는 동맹을 맺어 수수료 정책에 이의를 제기했다. 여기에 미 의회와 유럽연합(EU)이 애플과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겠다고 나서며 애플의 부담은 커졌다.
애플이 수수료 정책을 완화하자 난처해진 건 구글이다. 구글은 내년부터 구글플레이를 통해 배포되는 앱이 인앱 결제를 제공하면 30%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게임 앱에만 수수료를 적용했지만, 사실상 모든 앱으로 확대한 것이다. 구글은 눈치를 살피다가 애플의 핑계를 대며 뛰어들었는데, 졸지에 명분을 잃고 홀로 비난받을 위기에 처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애플의 노력에도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지난해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올린 매출은 5190억 달러에 달했다. 수수료 인하 대상은 개발사 2800만 곳으로 전체의 98%에 달하지만, 지난해 앱스토어 매출에 영향을 준 비율은 5%에 불과했다. 애플이 매출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생색만 낸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앱스토어 승인과 퇴출 권한을 이용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을 피해간 것도 문제다. 상위 1% 기업이 전 세계 앱 다운로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기형적 구조에 더해 자체 결제조차 되지 않는 시스템이 독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수수료만 인하해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최근 변화는 올바른 대응이지만,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