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사 측에 항의서한 전달…한국지엠 노조, 23~25일 추가 부분파업 결정
완성차 업계 노사의 대립이 장기화하고 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20일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서울 양재동 현대ㆍ기아차 본사 앞에서 지부장 삭발식을 열고 사 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노조 집행부는 이날 “최대한 인내하며 교섭을 통해 임단협을 마무리하려 했다”라며 “사 측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와 파업을 유도하는 경영진에 분노를 느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전날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24~27일 나흘간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13차례에 걸쳐 교섭을 이어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교섭에서 노조는 △기본급 12만304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전기차ㆍ수소차 전용 설비 건설 및 핵심부품 기존 공장 내 생산 △노동이사제 도입 △정년연장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 측은 기본급을 동결하고, 파업 없이 교섭이 타결되면 △성과급 150% △코로나19 특별 격려금 120만 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 원 등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이익을 낸 점을 고려하면 회사가 더 많은 대가를 조합원에게 나눠줄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사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만큼, 추가 제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노사 모두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어 파업 예정일 전날(23일)까지도 막판 교섭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지엠 노사도 22차례에 걸쳐 임단협 교섭을 벌였지만,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600만 원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2년 연속 임금이 동결된 만큼 이번에는 인상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사 측은 임금 동결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대신 현재 1년인 임금협상 주기를 2년으로 바꾸는 전제하에 성과금 명목으로 1인당 7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부평 2공장의 미래 생산 계획 여부도 교섭의 쟁점이다.
노조는 2022년 이후 부평 2공장의 명확한 생산 계획을 제시하라고 사 측에 요구한다. 이 공장은 현재 생산 중인 트랙스와 말리부의 후속 모델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노조는 물량 배정이 이뤄지지 않으며 군산공장과 같은 폐쇄 사태가 재현되진 않을지 우려한다.
반면, 사 측은 안정적인 생산이 이뤄져야 본사 차원에서도 추가 투자와 물량 배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견해다. 실제로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지속하자 미국 GM 본사의 고위 임원이 직접 우려와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스티브 키퍼(Steve Kiefer) 미국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한국지엠 노조는 생산 물량을 인질로 잡아 재정적 타격을 주고 있다. 이는 본사가 한국지엠에 추가 투자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며 “(노조의 행태가) 한국을 경쟁력 없는 국가로 만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주 내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 덧붙이기도 했는데,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19일에는 한국지엠 협력사 단체인 ‘협신회’도 파업에 유감을 표명하며 조속한 협상 타결을 촉구했다. 유동성이 취약한 협력사들이 부도 위기에 놓였다는 호소도 덧붙였다.
노조는 이달 초부터 4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는 잔업과 특근 거부도 이어오고 있다.
집행부는 다음 주 23~25일 3일간 부분파업을 지속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추후 투쟁 방침은 25일 오후 4시 쟁대위를 열어 결정할 계획이다.
노조 측은 "미래발전전망 확약이 없다면 미래가 암울하다"라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교섭의 실마리가 쉽사리 풀리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