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수도권만 집중키로 해 물류센터 건립 속도조절 하는듯…롯데온은 새벽배송 권역 확대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SSG닷컴을 함께 맡게 된 10월 이후 이마트가 SSG닷컴 예상 투자액을 8600억 원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추가 건립의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단위 ‘새벽배송’보다는 이미 전국을 커버하고 있는 ‘쓱배송’에 집중하는 한편 오픈마켓 강화로 인지도와 체급을 먼저 올리겠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분기보고서에 향후 3년간 투자 계획을 4조 4204억 원으로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말 예상 투자액 5조452억 원에서 6248억 원 줄어든 수치다. 이 가운데 SSG닷컴의 투자 계획은 1조3118억 원에서 4478억 원으로 무려 8640억 원을 삭감했다.
지난해말 사업보고서에서 SSG닷컴에 투자하기로 한 1조3118억 원은 본 사업인 할인점(이마트)의 예산(1조3111억 원)을 넘어서는 최다 금액이다. 예산 3위인 스타필드가 1조2030억 원으로 이 셋을 합치면 전체 예산의 76%에 달했다. 하지만 9개월 만에 SSG닷컴의 예산을 66%를 감축한 셈이다.
반면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에는 2664억 원의 예산을 증액했다. 수원 화서역 인근에 2024년 완공 예정인 스타필드 수원과 스타필드 창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그랜드조선 부산’에 이어 내년 ‘그랜드조선 제주’ 오픈으로 드라이브를 건 호텔 사업에도 130억 원를 더 투자하기로 했다.
이같은 투자 변화는 공교롭게도 지난 10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강희석 이마트 대표에게 SSG닷컴 대표까지 맡긴 시기와 맞물린다. 강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에서 소비재 유통부문 파트너로 일하다 지난해 10월 이마트에 합류했다.
SSG닷컴의 투자 계획 대부분은 물류시설 확충 예산이라는 점에서 전국 단위 ‘새벽배송’의 추진을 후순위로 미뤘다는 풀이가 나온다. 8600억 원은 물류센터 4~6개를 지을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SSG닷컴을 론칭하면서 당시 이마트 온라인 사업을 이끌던 최우정 대표는 수년 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11곳(수도권 6개, 주요 광역시 5개)을 만들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는 용인 보정(NE.O 001)과 김포 2곳(NE.O 002, NE.O 003)뿐이며 김포 2곳에서만 새벽배송을 한다. 하남과 구리센터 건립은 주민과 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코로나19를 계기로 SSG닷컴이 월평균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면서 물류센터 확보는 시급한 과제로 보였다. 특히 현재 ‘새벽배송’을 전국 단위로 커버하는 업체는 쿠팡뿐일 정도로 플레이어가 적다. 다만, 롯데온은 그간 수도권 일부에서만 서비스하던 새벽배송 ‘새벽에 ON’을 내달부터 롯데슈퍼의 오토프레시센터 부산서부센터를 거점으로 삼아 부산 경남권에서 서비스에 돌입한다.
문제는 물류센터 건립 비용이다. 이마트 점포의 PP(Picking & Packing)센터를 주로 활용하는 예약 배송 서비스 ‘쓱배송’과 달리 전국단위 ‘새벽배송’은 물류센터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규제로 PP센터는 새벽배송을 할 수 없다. 롯데의 부산지역 ‘새벽배송’ 진출 역시 기존 물류센터 활용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지방권역은 단위 면적당 인구가 적어 배송비는 높지만 객단가가 수도권 대비 낮을 우려가 크다. 쿠팡을 뺀 다른 기업들이 수도권 외 지역에서 ‘새벽배송’ 진출을 망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가 풀리면 점포를 이용한 ‘새벽배송’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굳이 고비용의 물류센터까지 지어야 하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SSG닷컴이 내달 중으로 오픈마켓(중개)에 진출하기로 하면서 오픈마켓 사업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건립이 후순위로 미뤄졌다는 분석도 있다. 오픈마켓 사업을 통해 회원수 확보와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얘기다.
이미 G마켓와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 대부분의 경쟁 이커머스들이 오픈마켓 중심의 사업을 벌이고 있고, 쿠팡도 직매입과 오픈마켓 모두를 운영하고 있다. 쿠팡의 취급상품수가 2억개, G마켓이 1억여개인 것과 비교할때 SSG닷컴은 아직 1000만개에 그쳐 직매입 상품만이 아닌 오픈마켓 사업을 해야 취급품목을 늘려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롯데온(ON) 역시 올 4월 오픈마켓 사업을 시작하면서 취급 상품 수가 180만 개에서 2500만 개로 치솟았다.
이밖에 광고 수입도 추가로 챙길 수 있다. 오픈마켓 업체는 통상 판매자의 상품이 상단에 노출되는 검색 광고 등을 통해서도 매출을 올린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SSG닷컴의 광고 매출액은 연간 300억~400억 원 선으로 추정되는 데 비해 11번가의 오픈마켓 광고 매출액은 3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전국단위 ‘새벽배송’ 사업을 하고 있지만 지방 권역에서는 사업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면서 “네이버와 아마존 등의 새로운 플레이어들의 사업 윤곽이 나온 후에 도전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최근 사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물류센터를 계속 알아보고 있다”면서 “투자는 중장기 계획일뿐 당장의 집행비는 아니다. 회사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수도권을 염두에 두고 있고 당분간 지방권역 진출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