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지수 대비 -32.24%포인트 기록
이번 달엔 닷새 만에 10년 만의 최저·최고치 기록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대형 은행들에게 올해는 악몽 같은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금융주들은 대선 이후 S&P500지수와의 퍼포먼스 격차가 10년래 최고치와 최저치를 오가며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겪었다.
올해가 금융주에 최악의 해로 꼽히는 이유는 극악의 변동성 때문이다. 은행 종목을 중심으로 구성된 KBW나스닥은행지수는 올해 들어 22% 폭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있었지만, S&P500지수 대비 마이너스(-) 32.24%포인트를 기록하며 다른 종목과 비교해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2009년 이후 최대 격차다.
3~4월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시 수그러들었을 때 다른 산업은 회복세를 보였지만, 은행은 그렇지 못했다. 코로나19 여파가 남아있어 고객들이 대출을 중단할 것이란 우려가 퍼졌기 때문이다. 대출 증가율은 줄고, 저금리로 사람들이 저축도 잘 하지 않으면서 은행주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며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 등 수십 년간 보유했던 금융주를 대거 처분했다.
특히 11월은 금융주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를 탄 시기였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자 주요 은행은 일제히 부실 대출을 정리하고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여기에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높은 재정 건전성과 수익률을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시장에서는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휩쓰는 '블루웨이브'가 나타나면 은행에 투자할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선거 당일인 3일 블루웨이브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란 여론조사가 나오며 기대가 깨졌다.
그 결과 선거 다음 날인 4일 주요 금융주는 5% 하락했지만, S&P500지수는 2.2% 상승해 -7.2%포인트의 격차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4월 이후 최악의 기록이었다. 하지만 9일 제약업체 화이자가 백신 개발 낭보를 전하자 은행주는 13.5%나 폭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악의 기록을 쓴 지 닷새 만에 S&P500지수와의 격차를 12.3%포인트로 벌리며 2009년 5월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다.
이제 금융주 투자자들의 기대는 정부 정책이나 경기 부양책이 아닌 코로나19 종식에 쏠려있다. 안톤 슈츠 멘돈파이낸셜서비시스펀드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백신 소식 덕분에 포트폴리오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이 불량 대출에 대비해 비축해둔 수십억 달러의 현금이 내년에 이윤으로 집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