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갈등 빚었던 차기 EPA 청장과도 통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패배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대기업들이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 발 빠르게 줄서는 분위기다.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소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편에 섰던 제너럴모터스(GM)는 태도를 180도 바꿨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GM은 이날 캘리포니아주의 자동차 연비 규제를 무효로 해달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소송에서 발을 뺐다. 트럼프 행정부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자동차 연비 강화 규제를 대폭 완화했는데,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자체적으로 배기가스 감축을 위한 규제 기준을 강화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캘리포니아주의 규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법적 소송을 낼 당시 이를 뒷받침했던 것이 GM을 비롯한 자동차업체들이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첫 주에 그를 만나 연비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일반 도요타자동차와 이탈리아계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스(FCA)도 트럼프 행정부의 소송을 지지했다.
하지만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골자로 하는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GM은 입장을 뒤집었다. 바라 GM CEO는 이날 미국 내 주요 환경단체 대표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GM은 즉시 소송에서 손을 떼겠다”며 “다른 기업도 우리와 뜻을 같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GM의 전기차와 배기가스 배출 제로(0)에 대한 우리의 서약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쓰게 됐다”며 “21세기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기자동차로 옮겨가야 한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사상 처음으로 가솔린과 디젤 차량에 투입하는 것보다 많은 액수의 투자금을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에 투입하기로 했다”며 “270억 달러(약 30조 원)를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바라 CEO는 또 “바이든 당선인과 캘리포니아주, GM의 야심 찬 전기차 전환 목표가 자동차 배기가스를 대폭 줄여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함께 일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라 CEO는 이날 메리 니콜스 캘리포니아 공기자원 이사회 의장과 전화 통화했다. 니콜스는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초대 환경보호청(EPA) 청장으로 가장 유력한 인물이며 평생을 환경 운동에 헌신한 인물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와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규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을 때 앞장서서 캘리포니아주의 정책을 지휘해 온 터라 바라 CEO가 그와 통화했다는 것은 입장을 180도 바꿨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