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침묵을 깨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대선 결과 불확실성을 이유로 입장 표명을 미뤄오다가 바이든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뒤늦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양국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에 데인 시 주석이 선제적으로 화해 무드를 조성하고 나선 셈인데, 틀어질 대로 틀어진 미·중 관계에 변화가 찾아올지 주목된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바이든 당선인에게 보낸 축전에서 “중국은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갈등 및 대결이 없는 원칙을 유지하길 원한다”면서 “양국 인민의 근본 이익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기대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3일 미국 대선이 치러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 정상들과 달리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미국 연방총무청(GSA)이 바이든의 명백한 승리를 선언하고 정권 인수 개시를 통보하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중국은 무역 전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인권탄압,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 등으로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중국은 미국에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관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기대처럼 바이든 정권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바이든 정권 관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차별을 강조하면서도, 중국과 가까워졌던 오바마 시대의 유산을 물려받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등 대중국 강경 노선을 예고한 바 있다.
당장 틱톡의 매각 협상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중국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의 매각 명령 시한을 내달 4일까지로 일주일 연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4일 ‘90일 이내에 미국 기업에 틱톡을 매각하지 않으면 틱톡의 미국 내 거래를 금지하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 11월 12일을 매각 시한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시한을 15일 더 연장, 27일로 늦춘 데 이어 일주일의 말미를 더 준 것이다. 바이트댄스는 틱톡의 미국 내 사업 매각을 두고 월마트·오라클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매각 협상이 불발될 경우,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경계를 강조해 온 바이든 행정부로 공이 넘어가게 된다.
중국이 내심 기대하는 무역 협상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스테판 올슨 힌리치재단 연구원은 “바이든이 유세 과정에서 대중국 강경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을 고려하면 바이든이 1단계 무역협상을 재협상할 여지는 적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은 중국에 물렁하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해온 만큼 이를 입증하는 꼴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중국 강경 노선을 누그러뜨리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