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약 8개월 만에 500명대를 넘어선 상황을 두고 "거리두기 단계 상향 결정이 너무 느리고 완만했다고 판단한다"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보건복지부가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교수는 27일 방송된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중대본과 보건복지부가) 조금 더 적극적인 방역을 해야 됐는데 개인 방역을 강화하고 행동을 조금 더 조심해달라는 정도의 메시지만 주고 전파를 끊어내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은 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엄중식 교수는 "이전에 광화문이나 이태원 같은 경우 코로나19 역학적 특징을 잘 모르거나 우리가 준비되지 않은 부분들이 실제 존재했다"면서도 "이번에는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선제적 대응을 하기에 부족한 세분화가 이뤄졌고 또 실제로 확진자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엄중식 교수는 "실제로 지역사회의 조용한 전파를 끊어내는 방법이 마땅치가 않다"며 "코로나19의 전파는 주로 증상이 바로 시작되기 직전이거나 경미한 증상일 때 바이러스 배출량이 굉장히 높아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확산이 상당하다고 판단됐을 때는 물리적 방어, 거리두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며 "거리두기 단계를 얼마나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결정하느냐가 이런 큰 유행을 막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에 대해선 "거리두기를 5단계로 나누면서 1.5단계, 2단계로 올리는 기준이 너무 완화돼 있어 광범위한 지역사회 전파를 끊어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처음부터 단계를 올릴 때 2단계나 2.5단계로 강력하게 올리고 충분히 전파가 끊어지면 빠르게 단계를 내리는 게 확진자 수를 줄이고 유행의 기간도 줄이는 데에 훨씬 더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봤다.
그는 정부의 대응에 대해 "광화문 집회 이후에 거리두기 단계와 관련돼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는데 이 단계를 결정할 때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었다고 보지 않는다"며 "거리두기 단계를 올릴 때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데 지금의 기준으로는 완만하고 느린 결정밖에 될 수 없다. 정부도 경각심이 떨어진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너무 완만한 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그사이에 지역사회 전파가 굉장히 많이 일어났다고 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