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규제ㆍ비규제지역 집값 상승률 교차…시장선 "부동산 정책이 투자 가이드라인"
정부가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통해 부산과 김포시를 규제지역으로 묶자마자 인근 지역의 집값이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당초 계획한 주택시장 안정화 의도와는 달리 정부가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잠잠했던 주변 시세까지 달구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지역별 투자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다는 비아냥 섞인 말도 나오고 있다.
27일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이번 주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주 1.02%에서 이번 주 1.06%로 확대됐다. 정부가 11‧19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부산 해운대·수영·연제·남구 등지의 집값 상승폭이 완화한 대신, 인근 지역이 '풍선효과'(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어오르는 현상)로 더 가파르게 올라간 영향이다.
최근 2주간 규제지역의 아파트 매맷값 변동률을 보면 해운대구(1.91%→1.46%), 수영구(1.30%→0.88%), 연제구(0.66%→0.38%), 남구(0.66%→0.28%) 등이 하락했다. 반면 비규제지역인 부산진구(1.59%→2.42%), 금정구(0.92%→2.13%), 강서구(1.51%→2.02%), 기장군(1.51%→1.62%) 등은 가파르게 올라갔다.
세부적으로 △부산진구는 교통 호재 등 환경 개선 이슈가 있는 개금‧당감동 구축 단지 △금정구는 장전동 대단지와 개발계획이 있는 구서‧부곡동 구축 단지 △강서구는 명지국제신도시 위주로 매수세가 높게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부산진구 개금동 ‘현대아이’ 아파트 전용면적 84.99㎡형은 24일 3억1500만 원에 팔렸다. 11‧19 대책이 나오기 전날인 18일 동일 평형의 매매 거래가인 2억9000만 원에서 일주일 만에 2500만 원 올라간 가격이다.
당감동 ‘개금주공3단지’ 전용 32.39㎡형 역시 실거래가가 18일 2억1000만 원에서 24일 2억3700만 원으로 대책 전후로 2700만 원 뛰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정부가 해운대구와 수영구 등 집값이 급등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자,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지역들로 외지인 투자 수요가 몰려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부동산 대책은 지역 투자 가이드라인…정부 믿고 따라가자"
부산 일대에 가해진 부동산 규제로 풍선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울산도 아파트값 상승률이 0.74%에서 1.25%로 커졌다. 울산에서는 남구(1.26%→2.32%)와 북구(0.21%→1.01%)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남구는 정주여건이 양호한 신정‧옥동 구축 단지, 북구는 매곡동 신축 위주로 매수세가 강해졌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도 김포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자 아파트값 상승률이 지난주 2.28%에서 이번 주 1.34%로 다소 진정됐다. 하지만 한강을 마주한 파주시의 변동률이 0.74%에서 1.25%로 확대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두더지 잡기’식 규제가 전국적인 집값 과열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규제가 도리어 지역별 투자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대로만 따라가면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이 신뢰도 높게 통용되고 있다. 지난해 부산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가 집값이 폭등한 뒤 재지정한 것처럼, 부산 비규제지역과 울산, 파주 등지도 풍선효과로 치솟은 후 뒤늦게 규제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이 풍부한 상황에서 어느 한 지역을 규제로 묶으면 인근의 다른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충분하고 지속적인 주택 물량 공급으로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정책 방향의 전환이 긴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