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펙트] ③ 구경거리에서 동료로...로봇도 제2의 인생

입력 2020-11-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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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파견 로봇, 코로나19 따른 서비스 공백 채워
로봇이 인간과 함께 일하는 세상

▲호텔 로비에 룸서비스 제공 로봇 ‘릴레이’가 세워져 있다. 사진제공 사비오크
몇 년 전만 해도 호텔에서 음식을 나르는 로봇은 고객들에게 신기한 구경거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로봇이 인류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산업 현장에서도 로봇은 더는 구경거리가 아닌 인간의 동료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글벤처스(GV)의 지원을 받는 로봇 파견업체 사비오크가 생산하는 배달 로봇 ‘릴레이’는 호텔에서 룸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로나19로 호텔 측이 직원과 객실 손님 간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서비스의 빈틈을 릴레이가 메워주는 것이다. 또 다른 로봇 파견업체 메이드봇의 청소 로봇 ‘로지’는 호텔 로비 청소를 도맡아 하고 있다. 그사이 청소 담당 직원은 객실 소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밥 올터 씨는 WSJ에 “전염병이 발생하고 나서 사람들은 타인과 접촉하기를 원치 않는다”며 “로봇은 정말 참신하다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6개 호텔에서 서비스 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로봇 가동 횟수가 한 달에 200~300번이었다. 로봇들은 주로 칫솔과 수건 따위를 프론트에서 받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객실까지 나르는 일을 했다. 지금은 가동 횟수가 월 700회가 넘는다. 직원과의 상호 작용을 피하려는 고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스티브 커즌스 사비오크 CEO는 “호텔 산업은 코로나19 여파로 크게 침체됐음에도 불구하고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로봇 요청이 2배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상당 수의 호텔이 로봇을 임대로 들여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사비오크는 ‘릴레이’보다 2배 큰 신형 로봇 제작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한다. 호텔에서 킹 사이즈 베개 등 보다 큰 물건을 운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메이드봇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호텔 직원들을 도울 신형 로봇도 개발 중이다. 미카 그린 메이드봇 창업자는 “물청소와 소독 등의 기계 공급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로봇은 2014년 메리어트 산하 앨로프트가 실리콘밸리에서 2대를 들여놓은 이후 많은 호텔이 도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호텔 산업에서 로봇 도입이 이처럼 급격히 늘어나면 결국 인간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많은 호텔이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경영난에 처하면서 직원 수를 크게 줄이고 있다. 호텔 측과 로봇회사 측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줄이는 게 아니라 단지 돕는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위생 차원에서 호텔 측이 투입 인력을 제한할 수도 있다.

샌디에이고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로버트 로치 씨는 “인건비를 늘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최근 로봇을 추가 도입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로봇이 완벽한 건 아니다. 로봇의 최대 천적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일하는 로봇이라도 장난감처럼 여기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교란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호텔에서 로봇 직원들을 고용해 동선을 외우게 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까지는 인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올터가 전에 도입한 배달 로봇 ‘위니’는 실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주차장에 내려 미아가 되는가 하면 정문으로 나갔다가 마주 오는 자동차를 향해 돌진해 사망 선고를 받을 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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