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가트론·위스트론 등 애플 협력사 줄줄이 공장 이전
“중국 인건비 상승·미국 정치적 불확실성 탓"
애플의 제조 협력사들이 중국을 떠나 인도와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더라도 이런 중국 엑소더스는 계속될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이자 세계 최대 전자기기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폭스콘은 최근 베트남 신규 사업에 2억7000만 달러(약 2984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아이패드와 맥북의 조립 라인이 베트남 동북부 박장성으로 옮겨간다.
이는 ‘세계의 공장’ 중국의 역할 뿐만 아니라 아이폰 제조업체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기적인 이동의 서막이다. 인도와 베트남 등은 인프라를 강화하고 인건비를 낮추는 한편 지정학적 우려가 적다는 점을 강조해 공장 유치에 나서고 있다. 궈타이밍 폭스콘 설립자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미주 지역 등은 향후 각자의 전용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의 주요 공급업체인 페가트론은 인도로 눈을 돌렸다. 페가트론은 인도 공장에 110억 루피(약 1643억 원)를 투입하고 내년부터 생산에 돌입하겠다고 전했다. 아이폰 공급업체인 대만 위스트론은 이달 초 멕시코와 대만에 생산 공장을 추가하고 말레이시아에 있는 웨스턴디지털의 공장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린셴밍 위스트론 회장은 “내년이면 위스트론 생산 용량의 절반 이상을 중국 밖으로 이전할 수 있다”며 “인도를 핵심 전략 지역으로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들어가는 사례도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대만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를 투입해 5나노 공정 생산시설을 짓는다. 페가트론은 미국에 제조 시설을 설립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탈중국을 선언한 업체는 애플뿐만이 아니다. 구글은 폭스콘의 위스콘신 공장과 협력 관계를 맺기로 했고, 닌텐도는 주요 협력사인 폭스콘에 중국 대신 다른 지역으로 제조 공장을 이전하라고 요청했다. 해당 요청 이후 말레이시아에 제조공장을 둔 샤프가 ‘닌텐도 스위치’를 위탁 생산하기로 했다. 폭스콘은 샤프의 모회사다.
댄 왕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 기술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인건비가 상승하고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중국 밖으로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추세는 베트남과 인도가 경쟁력을 강화함에 따라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탈중국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류영 폭스콘 회장은 이달 초 “폭스콘이 중국에 대규모 제조 시설을 짓는 데는 30년이 걸렸다”며 “인도나 다른 지역이 하룻밤 사이에 따라잡을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왕 애널리스트 역시 “공급망 전환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중국은 적어도 향후 5년간은 세계의 제조 공장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