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손해보험협회장으로 취임한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금융권 주요 요직이 부산 출신 금융권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부금회의 출발은 노무현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표면적으로 단순한 사교 모임이라고 선을 긋지만, ‘민·관·정’의 부산 출신 금융권 인사들을 총망라한 유력 인사 네트워크다. 부금회가 이번 정부에서 부각된 것은 문 대통령과 고 노 전 대통령이 부산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 주목받는다. 이들은 각각 부산고와 경남고 출신으로 청와대 요직을 차지했을 때부터 부금회 결성의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부금회는 문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17년 상반기부터 부산·경남 지역을 연고로 둔 금융인끼리 모임을 꾸리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고향 선후배 간의 친목 도모 수준이었다. 그러다 조직 내 실세들이 동향 사람들을 모임에 끌어들이면서 규모가 커졌다.
부금회의 존재를 가장 먼저 알린 이는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다. 부산상고와 부산대를 졸업한 김 회장은 2017년 9월 회장 직에 오른 뒤 올해 초 연임을 확정지었다. 같은 해 10월 부산대 출신 이동빈 전 SH수협은행장도 행장 직을 차지했다.
대외적으로 부금회의 영향력이 입증된 사례는 김태영 전 은행연합회장의 단독 후보 추대 건이었다. 김 전 회장은 부산정보고를 졸업한 뒤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대표적 부산 출신 금융인이다. 같은 해 12월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이던 김 전 회장은 은행연합회장 자리를 두고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과 경합을 벌였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거물들을 제치고 새로운 인물인 김 전 회장이 내정된 것에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전문가들은 지연이나 학연을 기반으로 금융기관 인사를 결정하는 관치 금융은 많은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정근 전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정치 금융이란 말도 있는데 정부가 관치 인사를 하면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고, 정부 정책을 달성하기 위한 쪽으로만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는 결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 모임인 협회장 자리에 공무원 출신이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회원사 모임인 협회가 정부 정책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 관치 금융의 대표적 폐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