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中 ‘숨 가쁜 다자외교’ 속내와 한국의 대응은

입력 2020-12-0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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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박승찬 교수/소장(용인대 중국학과/(사)중국경영연구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지난주 방한은 향후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및 한반도 이슈를 둘러싼 한국의 대중 외교 전략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왕이 부장의 방한과 광폭 행보의 의미는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美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한국과의 관계 설정이다. 코로나19의 긴박한 상황 속에서 8월 양제츠 정치국원의 방한 그리고 외교부장 방한은 그만큼 중국이 한국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무언의 암시이자 압박이다. 특히 중국은 한미일 3각 동맹 속에서 한미 관계가 가장 느슨한 연결고리로 생각하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한국에 더욱 공들이는 것이다. 1박 2일의 일본 일정보다 하루 더 길게 2박 3일 일정을 잡았고, 문재인 대통령 접견, 강경화 외교부 장관 회담을 기본으로 국회의장 및 여권 정치인과의 만남이 줄줄이 이어졌다. 둘째, 정체된 한중일 FTA 협상을 가속하고자 한다. 동남아 국가와 한중일을 엮는 RCEP 체결을 통해 중국은 더욱 자신감을 가지며 글로벌 리더십을 키우고자 한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향후 중국 경제 성장에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이자 미국 기술패권에 대응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로 생각하고 있다. 셋째, 북한을 둘러싼 한반도 이슈의 이해당사자임을 강조하고, 사드 배치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간접적으로 촉구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어쩌면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대한 선물로 원할 수도 있다.

새로운 미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의 발빠른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11월 한 달을 돌이켜 보면, 코로나 재확산과 트럼프 대통령 대선 결과 불복 등 미국 내 혼란스러운 국면을 틈타 중국이 그 빈 공간을 파고들기 위해 조용하면서 숨 가쁜 다자외교를 펼쳤다. 시 주석은 11월 10일 제20차 상하이협력기구(SOC) 참여를 시작으로 17일 브릭스 정상회의, 20일 APEC 정상회의, 21일 G20 정상회의까지 4차례의 다자외교 행사에 참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만큼 중국은 미·중 관계 악화와 코로나로 인한 반중 정서 확산에 따른 실추된 중국 이미지 회복을 위해 주변국들의 지지와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고, 지금처럼 좋은 기회가 없다고 보고 있다. 지역 안보 및 경제블록을 강화해 점차 현실화되는 신냉전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며 세력을 키워나가고자 하는 의도이다.

상하이협력기구 회의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을 도모하고, 일대일로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는 지역이다. 브릭스 정상회의는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경제 5개국이 참여하는 다자채널로 무엇보다 미국 편에 서 있으며 최근 악화한 인도와의 관계회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PEC 및 G20 정상회의에서도 약해진 트럼프 대통령의 자리를 시 주석이 메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이러한 숨 가쁜 다자외교의 속내는 명약관화하다. 문제는 그에 따른 우리의 대중 외교 전략을 다시금 되짚어 봐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대중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할까? 크게 2가지 측면에서 우리의 접근 전략을 살펴보자. 첫째, 이제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사드 보복’, ‘한한령 해제’ 등의 얘기를 중국 정부에 할 필요가 없다. 이미 벌어진 상황이고, 우리 정부가 그런 얘기를 언급하면 언급할수록 중국은 더욱 무언의 다른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사드 보복 이슈를 우리가 요구해봐야 결국 외교협상에서 균형을 잃어버리게 된다. 국내 매체에서는 시 주석의 방한 시점을 두고 치열한 보도전이 벌어지고 있다. 뒤틀린 미중 관계 속에서 한국은 중국에 있어 매우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원해서보다 중국이 원하기 때문에 시 주석의 방한은 시간 문제이다. 시 주석의 방한은 자연스럽게 한한령 해제라는 결과로 귀결된다.

둘째, 듣는 외교가 아니라 말하는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균형점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가 강해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일본의 대중 접근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있다. 일본은 보편적 가치에 근거해 중일 간 경제협력은 돈독히 하면서, 외교 분야에서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왕이 부장의 일본 방문 결과를 보더라도 중일 간 비즈니스 트랙 부분은 양국이 합의했고,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협화음을 냈다. 일본은 항상 그렇게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해왔기 때문에 중국도 당연히 그것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한국은 미중 양국의 틈바구니에서 모호한 정책적 입장이 있다 보니 중국은 자꾸 그 틈새를 파고들려고 하는 것이다. 국익에 기반을 둔 일관되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중국이 보는 미일 및 한미 관계의 온도 차는 분명히 존재한다. 흔히 얘기하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미중 양국 모두와 호혜적 협력 관계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또한, 미국 듀크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미·중 관계를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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