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종목은 증권사에서도 정보를 확보하기가 어렵지 않은 현실이지만,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해외 리포트 수는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열기가 국내 투자 못지않게 뜨거워지면서 해외주식 종목 추천 등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투자 영업이 활발해서다. 전문가는 외국기업에 대한 리포트 작성이 쉽진 않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확충이나 기업 방문에 대한 장기적 계획 등을 마련해 리포트 수준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기업에 투자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현재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 분명한 현상”이라며 “자칫 부실한 리포트를 냈다가는 오히려 증권사 리포트 평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질적 측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외국기업의 정보나 동향을 어렵지 않게 입수할 수 있는 국내 환경에서 해외 증시와 외국기업 소식을 많이 알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이 늘고 있단 진단이다. 국내 증시의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걸 파악한 증권사들이 서로 앞다퉈 활발한 영업전략을 펼친 만큼 외국기업에 대한 리포트 수준도 높여야 한다고 황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그는 “외국기업 리포트는 해외에서 나온 분석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하는 게 일반적이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기업 탐방이 쉽지 않은 것은 현실”이라면서도 “내용이 부실한 리포트를 양적으로 제공해 투자자를 모으는 영업행위는 단기간에 통할지 모르겠지만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황 연구위원은 “수요가 늘어난 것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분석 인력을 확충해 리포트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외 대형 우량주 종목과 관련해선 외국기업 리포트 수준이 예년에 비하면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사마다 주력하는 외국 기업이 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없으면 국내 기업을 논할 수 없다”며 “일부 해외 주식 종목은 외국에서 발간된 보고서보다 훌륭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를 분석하기 위해선 애플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고, 국내 플랫폼 기업 분석을 위해선 구글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단 것이다. 물류나 유통의 경우에도 알리바바나 아마존을 빼놓고는 국내 회사를 심도 있게 분석하기 어렵단 게 고 센터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증권의 경우에는 30억 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에게만 제공하는 SNI(Samsung&investmen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차별화되지 않은 리포트로는 초부유층의 투자 위탁을 받을 수 없다. 삼성증권 SNI에 거액의 금융자산을 맡기는 자산가는 최근 몇 년 새해마다 10% 이상씩 늘고 있다는 점도 최근 트렌드인 해외 기업 투자 전망에 대한 국내 증권사의 분석이 뒤떨어지지 않다는 평가다.
그러나 대부분 외국 기업 리포트가 애플, 아마존, 구글 등 대형 우량주 종목으로 한정돼 있고 해외주식 전담 인력이 부족하단 점이 한계로 남는다. 현재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해외법인을 활용하거나 외국계 증권사와 제휴해 해외 기업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이런 증권사에는 해외주식 전담 인력이 있기는 하지만 10명 안팎에 그쳐 다루는 종목이 애플, 아마존, 구글 등 대형 우량주 종목으로 한정돼있다. 고 센터장은 “대부분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전담 인력이 부족해 종목 분석이 버거운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해외 주식에 대한 인력을 늘리고 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니즈에 맞는 리포트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국내 애널리스트가 애플이나 아마존 등 외국기업을 탐방하거나 관련 자료를 제대로 분석해서 리포트를 내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외국기업 투자 리포트를 언제까지 ‘참고’지표로만 삼아야 하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