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기일 재지정 없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를 예정대로 강행할 전망이다. 징계위에서 해임 등 중징계를 의결해 추 장관이 제청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승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4일 오후 2시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를 개최한다. 징계위에서는 해임이 의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 의지를 명확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이 사의를 표명하는 과정에서도 징계양정을 두고 추 장관과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 안팎에서 윤 총장에 대한 조치를 두고 위법ㆍ부당하다는 비판을 내는 등 여론이 악화하는데도 징계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징계 방향이 뚜렷하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앞서 감찰위원회는 "절차에 중대한 흠결이 있어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 수사의뢰 처분은 부적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추 장관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감찰이 진행됐고, 그 결과 징계 혐의가 인정돼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를 했다"고 반박하며 사실상 감찰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추 장관은 4일로 변경된 기일 지정이 위법하다며 윤 총장 측이 기일 재지정을 신청했음에도 징계위원회 개최를 밀어붙였다.
이날 추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검찰당'이라 불릴 만큼 이미 정치세력화된 검찰이 민주적 통제 제도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이를 혁파하지 못하면 검찰개혁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저의 소임을 접을 수가 없다"며 "흔들림 없이 전진할 것이다. 두려움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징계청구자인 추 장관은 징계위원회에 참석하지 못한다. 그러나 추 장관의 중징계 방침과 의사를 같이하는 인사가 징계위원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징계를 심의할 징계위원은 검사징계법에 따라 당연직 위원인 법무부 장관과 차관을 포함해 총 7명으로 이뤄진다. 장·차관 외에는 검사 2명과 변호사 등 민간위원 3명 등 총 5명을 법무부 장관이 지명·위촉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속하게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을 내정해 징계위 불발 위기를 넘기는 데 힘을 보탰다.
이 신임 법무부 차관은 “모든 개혁에는 큰 고통이 따르지만 특히 이번에는 국민의 걱정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법무부 장관을 모시고 이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해 개혁 과제를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징계위원장 역할을 맡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원장 직무대리는 징계위원 중 추 장관이 지명하게 돼 있어 징계 논의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징계위를 앞두고 윤 총장 측은 절차 위반과 편향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윤 총장은 기일 지정 과정에 절차 위반이 있었다며 기일 재지정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총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269조 1항에 따르면 첫 번째 공판기일은 기일이 지정된 이후 5일 이상 유예 기간을 둬야 한다”며 “유예 기간은 기일이 지정됐다가 변경된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는 “이미 지난달 24일 징계청구서 부본, 26일 기일통지가 돼 2일 첫 기일 전까지 ‘5일 요건’이 충족됐다”며 “송달 후 4일로 이틀 연기하는 것에는 ‘5일 규정’이 새롭게 적용될 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더구나 당사자가 기일 연기 요청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원 구성도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사생활 비밀, 징계의 공정성, 원활한 활동 등을 이유로 징계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등이 징계위원으로 지명될 경우 윤 총장 측은 기피 신청을 할 예정이다.
이 신임 차관도 기피 대상으로 꼽힌다. 이 차관은 내정 직전까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으로 고발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변호를 맡아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다만 추 장관의 의도대로 징계위원이 구성된 뒤 윤 총장의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기피 신청이 있으면 출석위원의 과반수가 찬성으로 기피 여부를 의결하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