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4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증시에선 반도체 업황 개선 전망에 경쟁사 정전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주가도 탄력이 붙었다. SK하이닉스의 질주에 증권가도 일제히 목표주가를 올리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3500원(3.14%) 오른 11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1만9500원까지 치솟으면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주가는 지난 1일 종가기준 10만 원대를 넘긴 뒤 4거래일째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강세 랠리는 코스피의 신고점 기록 경신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국내 반도체주 강세 배경엔 긍정적 업황 전망의 몫이 크다. 글로벌 반도체 수급 동향 조사기관 세계반도체 시장통계기구(WSTS)는 지난 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내년도 반도체 매출 전망을 기존 6.2%에서 8.4%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내년 메모리 반도체시장 매출은 올해보다 13.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 흐름 역시 낙관적 전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D램 가격이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내년 1분기 가격 전망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내년 연초 가격 반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간 실적 전망을 높여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경쟁사 악재까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글로벌 D램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의 주요 생산기지에서 1시간가량 정전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SK하이닉스 주가는 장 초반부터 강세를 달렸다. 해당 생산기지는 웨이퍼 투입량 기준 월 12만5000장 규모 D램을 생산한다고 알려졌다. 세계 D램 생산량(월 141만8000장)의 약 8.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가 파악되지는 않았다. 다만, 글로벌 D램 생산의 8.8%를 담당하는 곳인 만큼 D램 수급이나 가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전반적인 가격추세보다는 일시적인 현물가 상승 정도로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정전이 발생하면 생산 중이던 모든 D램 웨이퍼를 첫 공정부터 재생산해야 한다”면서 “D램 생산 리드타임이 약 3개월이고 해당 팹은 전체 D램 공급 생산 능력의 9%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유동성 위기 소식 역시 호재로 꼽힌다. 지난달,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굴기를 상징하는 칭화유니그룹은 만기가 도래한 13억 위안(3년 만기, 약 2200억 원) 사모채권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일부 원금·이자만 상환하고, 나머지는 6개월 연장해달라고 채권단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칭화유니그룹 채권 상황 지연 시도 실패를 계기로 중국발 메모리 반도체 굴기 리스크가 줄었다"며 "이에 따라 기존 메모리 공급사들의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를 해소했다"고 말했다.
경쟁사 정전 사태에 대해선 "과거 SK하이닉스 우시 반도체 공장 화재가 초기 진압됐음에도 불구하고 D램 공급 부족 사태로 이어졌다"며 "이번 정전 사태 역시 D램 재고 소진을 촉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증권가도 일제히 목표주가를 올리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23곳 중 7곳이 12만 원 이상으로 목표가를 유지 및 상향 조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달 들어 NH투자증권은 기존 10만5000원에서 14만 원, 신한금융투자는 13만 원에서 14만 원, 현대차증권은 10만5000원에서 13만2000원으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