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 명이 하루 세 끼를 먹습니다. 생산할 때 만드는 비료와 물, 가축이 먹는 식량, 분뇨에서 나오는 가스, 탄소 배출 등 농식품은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임팩트를 추구하는 투자자나 창업자라면 농식품에 주목해야 합니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소풍벤처스 서울센터에서 만난 한상엽 대표는 한때 소풍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 대표였다. 5년 전 이재웅 전 쏘카 대표의 제안으로 투자업에 뛰어들게 됐다.
소풍벤처스는 임팩트 투자에 최적화된 액셀러레이터이다. ‘임팩트 투자’는 수익과 같은 재무적 가치를 추구하는 동시에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가치까지 달성하는 자본 투자 방식이다. 사회문제 해결에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에 초기 투자를 제공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전에는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와 같은 사회적 가치를 비용 요소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는 이런 기업들을 ‘착한 기업’, ‘착한 투자’라고 칭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기업들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상식으로 통용되면서 ‘임팩트 투자’는 가장 안전하고 미래 경영적인 것으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소풍벤처스는 설립 후 76개사에 투자를 진행하며 꾸준히 성장했다. 포트폴리오사들의 총 기업가치는 약 1조126억 원에 달한다. 후속 투자 유치도 32곳(42%)이 받았다. 현재 10% 정도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완료된 상태다. 2017년에는 누적 손실을 메꾸며 흑자 전환했다.
최근 한 대표가 주목하고 있는 임팩트 분야는 ‘농식품’이다.
그는 “규모나 성장률로 봤을 때 가장 임팩트가 큰 영역들인데 전 세계적으로 공개된 것만 봐도 농식품에 대한 투자는 7조~10조 원 수준으로 자동차와 IT 산업을 합친 것보다 크다”며 “우리 생활과도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는 산업이 농식품인데, 눈을 떠서 눈 감을 때까지 먹고 마시는 게 전 세계 밸류체인하고도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서 나오는 지표의 절반 이상이 농식품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되는데, 하물며 우리가 마시는 커피도 에티오피아 원두를 시작으로 수많은 과정을 밟아왔다”며 “코로나19 이후 식량 안보 이슈도 있었는데 농식품은 무궁무진한 분야”라고 전했다.
액셀러레이터 입장에서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어떻게 예측하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사람’을 꼽았다.
한 대표는 “벤처라는 건 리스크가 매우 큰 일인데, 우리처럼 시드(초기)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는 검증된 게 없는 팀에 투자해야 한다”며 “결국 사람을 볼 수밖에 없는 데, 특히 본인이 어떤 경험을 강렬하게 하면 할수록 해결에 대한 동기부여가 크고 이런 창업자들이 결국 해결해낸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자기 문제’에서 시작한 창업자들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한편 액셀러레이터에 대한 정부 지원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좋은 액셀러레이터가 별로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이 배경에는 비용 구조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소풍벤처스의 경우 보통 한 팀(스타트업)에 평균 1억~2억 원을 투자하고, 최소 6개월간 밀착해 모든 지원을 하는 인큐베이팅까지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사들이 유지되는 운용 및 관리보수 비율이 벤처캐피털(VC)과 금액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결국 액셀러레이터 같은 초기 투자자들은 투자조합 운용으로만 유지되기 어려워 여러 정부 지원 사업이나 오픈 이노베이션과 같은 사업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역량 분산으로 이어진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 유지되는 액셀러레이터의 공통점들은 다 성공한 창업자들이 본인 개인재산을 털어서 초기 투자자본을 투입한 곳들”이라며 “액셀러레이터들이 성장하고 투자에 집중하기 위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이들의 가치가 반영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