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 따라 수억대 성과급…정무직 차관보다 연봉 더 받아
정ㆍ관 출신 인사 '낙하산' 만연
공공기관 가운데 지난해 기관장 '연봉킹'은 한국투자공사가 차지했다.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지난해 4억52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지난해 대통령의 연봉은 2억2629만 원이었다.
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공시를 분석한 결과 340개 공공기관 상임기관장 연봉 중 가장 고액은 한국투자공사로 나타났다. 한국투자공사는 2017년과 2018년에도 가장 높은 기관장 연봉을 기록했다.
뒤를 이어 한국예탁결제원 4억1133만 원, 중소기업은행 4억883만 원, 한국산업은행 3억8420만 원, 한국수출입은행 3억8420만 원, 국립암센터 3억5985만 원, 기초과학연구원 3억1883만 원, 한국해양진흥공사 3억855만 원, 기술보증기금 3억415만 원, 한국과학기술원 2억9553만 원이 기관장 연봉 상위 10개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한국무역보험공사 2억9467만 원, 신용보증기금 2억9173만 원,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2억8440만 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2억8243만 원, 예금보험공사 2억8113만 원, 한국자산관리공사 2억7976만 원, 한국주택금융공사 2억7805만 원, 인천국제공항공사 2억6682만 원, 한국중부발전 2억6448만 원, 한국전력 2억6172만 원까지가 상위 20개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340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평균 연봉은 1억7467만 원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준정부기관 기금관리형 기관장 평균 연봉이 2억3810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시장형 공기업이 2억2801만 원, 준시장형 공기업 1억9512만 원, 준정부기관 위탁집행형 1억7148만 원, 기타공공기관 1억6625만 원 순이었다.
공공기관장 연봉은 매년 증가추세다. 2015년 기관장 평균 연봉은 1억6019만 원에서 2016년 1억6519만 원으로, 2017년 1억6620만 원, 2018년 1억6937만 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는 1억 7000만 원을 넘어섰다.
공공기관장 연봉은 정무직 차관 연봉을 기준으로 한다. 지난해 차관 연봉은 1억2528만 원에 불과하지만 이들 공공기관장은 기본급에 성과급을 추가로 받기 때문에 수억 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
공공기관장은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전년도 기본연봉의 최대 120%를 성과급으로 받는다. 경영평가만 좋다면 기본 연봉보다 많은 수억 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특히 한국투자공사,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형 기관은 성과급을 150%까지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장 연봉 상위는 대부분 이들 금융권 공공기관들이 차지했다. 다만 직원 2만 명·자산 50조원 이상인 대형 공기업은 연봉의 110%까지만 성과급을 받을 수 있지만 평가만 잘 받으면 이마저도 억 단위에 이를 수 있다.
이처럼 높은 연봉을 비롯해 3년의 임기 보장 등 이른바 '꽃보직'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퇴직 관료와 정치인들은 공공기관장 자리를 선호한다. 특히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는 공공연하게 이뤄지기 일쑤다.
지난해 채이배 전 민생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 임원 중 약 20%가 '캠코더(캠프 출신·코드인사·더불어민주당)'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성·전문성·책임감 있는 프로가 공공기관장으로 와야 한다"며 "낙하산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시각에 맞춰 공공기관을 운영할 수 있는 기관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공기관 임원의 연봉을 제한하고 임금 양극화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로 '살찐 고양이법'을 추진하고 나서기도 했다. 최고경영장의 연봉에 상한선을 두는 이 법이 국회를 넘어서지 못하자 서울시와 경기도, 부산시, 제주도는 광역의회에서 조례를 통과시켜 공공기관 임원의 연봉이 상한선을 못 넘도록 규정하고 있다.